“전자담배를 피웠을 뿐 대마초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두고 항간에서 YG엔터테인먼트(YG)가 2011년 불거진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 본명 권지용) 대마초 수사 당시 경험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드래곤은 지난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대마초 논란의 중심에 선 빅뱅의 탑. 영화 ‘타짜2’ 스틸컷.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연령, 범행 동기,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불기소처분에 해당돼 사법 처벌을 받지 않는 조치로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찰이 용서를 해주는 취지의 처분이다.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지드래곤은 ‘대마초 흡연’이라는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됐지만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일반인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된다. 유예기간 동안 또 다시 비슷한 범죄로 기소될 상황에 놓이지만 않으면 된다. 문제는 지드래곤이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유명세와 인기가 직업 활동의 기초인 연예인은 이미지 관리가 매우 중요한 만큼 지드래곤은 이를 통한 이미지 하락을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었다.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검찰의 용서를 받았을지라도 대중의 용서를 받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YG는 지드래곤이 일본의 한 클럽에서 이름을 모르는 현지인이 준 담배 한 대를 피웠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이런 주장을 통해 의도적인 대마초 흡연이 아닌, 대마초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벌어진 상황이었음을 강조한 것. 결국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서 YG의 이런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았고 지드래곤은 별다른 이미지 하락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탑 역시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탑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YG는 공식입장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깊이 반성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수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측이 바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까지 경찰 조사 과정에선 탑이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
지드래곤. 사진출처=지드래곤 페이스북
물론 둘 다 불운하게 대마초를 피울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누군가에게 속아 담배로 알고 마약을 손에 댄 것일 수도 있다. 반면 YG가 동일 전략으로 이 두 사건을 대응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관건은 탑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느냐다. 기본적으로 현재 탑은 일반인이 아닌 군복무 중인 의무경찰 신분이다. 재판에서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경우 의무경찰에서 당연 퇴직된다. 이렇게 되면 차후 재입대해서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반면 형벌이 1년 6월을 넘지 않으면 의무경찰 복무는 유지된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선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지드래곤의 사례처럼 기소유예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다음 단계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하는 경우다. 기소유예와 약식기소는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만 법원으로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검찰 선에서 마무리하는 처분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매우 크다. 기소유예는 아예 불기소처분을 내려 아예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 일종의 용서에 해당되지만 약식기소는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고 벌금형으로 간략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약식기소는 유죄 판결의 일종으로 전과가 남는다. 따라서 기소유예와 약식기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지드래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당시 검찰은 ‘초범’이며 ‘흡연량이 적고’ ‘깊이 반성한 점’과 ‘대학생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탑 역시 ‘초범’이며 ‘흡연량이 적다’는 점은 동일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선 혐의를 부인했지만 소속사에선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깊이 반성 중에 있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깊이 반성한 점’도 동일해진다. 따라서 기소유예를 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경찰 조사 과정에선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터라 ‘초범’이며 ‘흡연량이 적은’ 탑이 검찰 조사 과정에선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기소유예와 약식기소 등 검찰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르고 했다’는 주장이 기소유예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모르고 피웠다는 얘기를 무죄 주장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보다 상습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라며 “마약 수사에선 상습성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초범으로 흡연량이 많지 않은 등 상습성이 없다고 여겨질 경우 처벌 수위기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르고 했다는 부분이 무죄의 근거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상습성이 없다는 부분을 입증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 보인다. 또한 ‘모르고 했다’는 부분은 지드래곤의 경우처럼 사건이 종결된 뒤 탑의 이미지 하락을 막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