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기업은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이미 비금융 부문은 ㈜한화를,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사실상 지주체제를 갖췄다. ㈜한화와 한화건설의 한화생명 지분 46.55%의 주인만 바꾸면 금산분리가 이뤄진다. 한화생명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약 3조 원에 달한다.
대기업들이 금산분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의 후계구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최순실게이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악수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한화그룹 후계구도의 핵심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S&C다. 계열사에 발전에너지를 공급하는 한화에너지가 100% 자회사다. 한화에너지는 또 삼성에서 인수한 한화토탈의 지배회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39%를 갖고 있다. 한화S&C의 연결기준 순자산은 1조 원에 육박하고 연간 4000억 원 가까운 세전이익을 낸다. 우량기업의 인수합병 가치가 통상 10~11년치 세전이익임을 감안하면 매각 시 3조~4조 원은 거뜬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회장 자녀들이 한화S&C 지분을 유동화할 명분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1차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금산분리는 한화S&C 지분을 ㈜한화와 한화건설 등이 가진 금융계열사 지분으로 바꿀 명분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의 세 자녀가 단숨에 ‘한화금융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의 ㈜한화 지분은 약 22%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이미 8.2%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에게 상속만 받아도 김 전무의 ㈜한화 지분율은 30%를 넘길 수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연장선상에 금산분리 이슈가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라이프, HMC투자증권 등 적지 않은 금융계열사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이들 3사 인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가 이뤄진다면 금융 부문만 떼어내 따로 ‘현대차금융지주’(가칭)를 설립할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이 금융지주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관전 포인트는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이 소금융그룹으로 독립할 가능성이다. 정 회장 부자로서는 금융지주 지배력 확보에 따른 자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현대커머셜과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정 부회장 부부가 대주주다. 현대카드 역시 최근 정 부회장 부부가 지배하는 현대커머셜이 2대주주로 등극했다. 금산분리로 아들과 딸 부부 간 후계 정리가 가능한 셈이다.
SK가 금산분리를 위해 SK증권 매각을 발표했지만 매각이 순조롭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일요신문DB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아래 있는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를 자신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금융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금은 비주력 부문에 한눈 팔 틈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SK증권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규모도 작고, 채권 부문 외에는 업계 내에서 이렇다 할 경쟁우위가 없어서다.
한때 인수대상으로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래에셋은 SK로부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SK생명 등을 인수했던 인연이 깊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소문을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증권 자기자본은 채 4000억 원 남짓이다. 업계 순위 변화를 가져올 만한 규모가 아니다. 증권업 라이선스가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의 SK증권 지분율은 10%다. 시가총액이 55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외부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반영해 최대 1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관계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면 된다. 일부 차입을 일으킬 경우 300억 원 남짓이면 SK증권 오너가 될 수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체제 개편 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하이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자기자본 7000억 원대로 SK증권보다 덩치는 크다. 증권업계 2위 그룹을 형성 중인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가운데 한 곳이 가져간다면 자기자본 기준으로 확실하게 2위를 굳힐 수 있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 역시 이렇다 할 경쟁우위 부문이 없다.
최열희 언론인
‘판매수수료 절감 방법 있다’ 성과보수형 펀드 살펴봐야 할 것들 자산운용사들이 성과보수형 펀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성과보수는 헤지펀드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요건이 완화되면서 공모펀드에도 도입이 가능해졌다. 기본운용보수 약 0.2%에 운용수익률이 3.5~4%를 넘어가면 초과수익의 10~20%를 추가로 운용보수로 떼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배당주에,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ETF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헤지펀드 투자기법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공모주와 밴드트레이딩 전략형이다. 증시 흐름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운용사마다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자존심이 걸렸다는 점에서도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이다. 다만 살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판매수수료다. 일반 오프라인 금융사 채널에서 가입하면 납입금액의 1% 안팎을 뗀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에서 구입하면 판매수수료를 더 절감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펀드매니저는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보상을 챙기지만, 투자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장기투자에서는 자칫 총 발생 수익 가운데 투자자 몫보다 펀드매니저 몫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절대수익률 기준을 사용하지만, 실제 운용성과는 전략의 성패 외에도 증시 전체 움직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펀드매니저가 본인의 실력이 아닌 시장 편승으로 성과보수를 챙겨갈 위험도 있다. 예를 들어 증시가 20% 상승한 가운데 10%의 수익률을 냈다면, 시장 대비 부진한 성적을 냈음에도 초과수익에 대한 성과보수를 가져갈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본 운용보수를 낮게 책정한 만큼 투자자에게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시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 절대수익률 기준이 오히려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