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가수이지만 사실 예능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룹 핑클에서 탈퇴하고 솔로로 나선 직후 가수 활동보다 예능에 더 주력해왔기 때문. 지금의 성공은 예능 속 활약에서 비롯됐다는 시선도 있다. 특히 신동엽과 함께한 KBS 2TV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과 SBS <패밀리가 떴다>는 지금도 시청자에 각인된 이효리의 ‘대표작’이다.
그런 이효리가 이달 25일 JTBC <효리네 민박>으로 돌아온다. 4년 만의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지만 가수로 무대에 오르기 전 예능을 통해 먼저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영석은 국내 방송가를 통틀어 가장 왕성하게 연출작을 내놓는 스타 PD다. 이서진과 윤여정, 정유미가 발리에 식당을 차린 <윤식당>의 성공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케이블채널 tvN을 통해 새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을 발 빠르게 공개했다. 이달 2일 방송한 첫 회에서부터 5.4%(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 이효리…자신의 집 민박으로 파격 제공
이효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 집은 오랫동안 대중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 베일에 싸인 곳으로 통했다. 2013년 작곡가 이상순과의 결혼을 위해 제주도에 손수 집을 지은 이효리는 결혼 직후부터 지금껏 살고 있다.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터를 잡은 톱스타의 신혼생활, 그 무대인 집은 언제나 화제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관광객들이 이효리 집 주변에 몰려들기까지 했다. 외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이효리는 2015년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집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는 통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호소였다.
사진출처=JTBC ‘효리네 민박’ 공식 홈페이지
그로부터 3년 뒤. 이효리의 입장은 달라졌다. 꽁꽁 감추려던 자신의 집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샅샅이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 그것도 일반인들이 며칠씩 묵고 가는 민박집으로 내준다. 그동안 연예인이 자신의 집을 방송에 공개한 적은 많았지만 일반인을 숙박객을 맞이하는 콘셉트는 찾기 어려웠다. 이효리 부부는 기꺼이 민박집 주인이 돼 숙박을 제공하고 손수 밥을 지어 대접까지 한다. 예능 경험이 풍부한 이효리로서도 일반인과 며칠씩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효리가 민박집 콘셉트를 선택한 데는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결심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한 윤현준 CP와의 인연도 영향을 미쳤다. 윤현준 CP와 이효리는 <쟁반노래방>에서 조연출과 MC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효리네 민박>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예능 판도에도, 방송사인 JTBC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스타가 자신의 집을 방송에 활용하는 방식이 보다 입체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모아진다. 더불어 JTBC로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일요일 저녁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지상파와 경쟁을 벌인다. 이미 KBS 2TV <해피선데이>와 SBS <런닝맨> MBC <일밤>까지 지상파가 확보한 시간대를 흡수하겠다는 속내다.
<효리네 민박>은 방송 전부터 화제다. 참가 접수를 시작한 첫 날 모인 신청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총 2만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효리는 물론 그의 제주도 집을 향한 대중의 높은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 제작진은 신청자의 사연을 엄선해 출연자를 결정했고, 지난달 총 11일간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 나영석…‘지식 예능’의 새 장
발음하기도 어렵고, 외우기는 더 어려운 <알쓸신잡>은 현재 가장 인정받은 예능 연출자인 나영석 PD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예능에서의 재미가 꼭 웃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한 그는 “기존 예능이 눈을 즐겁게 한다면 <알쓸신잡>을 통해서는 뇌를 즐겁게 하겠다”고 자신했다.
사진출처=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공식 페이스북
최근 1~2년 사이 <신서유기> <삼시세끼> <윤식당> 등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빠짐없이 ‘대박’을 터트린 나영석 PD는 시야를 넓혀 연예인이 아닌 지식인들과 손을 잡았다. 전문 지식으로 똘똘 뭉친 지식인들이 과연 예능에 어우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알쓸신잡>은 바로 그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지식인을 출연자로 섭외하되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고려해 꾸렸다.
이를 통해 ‘지식 화수분’으로 통하는 유시민 작가는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과 정보를 꺼내고, 김영하 소설가는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이야기를 만든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지식으로 이야기를 엮는 윤활유 역할을 맡는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 수준이 너무 높아 지식인끼리의 유희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문학을 통한 ‘어벤저스’를 구성하자는 생각으로 출연진을 모았고 음식으로 시작해 역사, 문학, 과학까지 뻗어나간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즘 시청자는 단순하지 않다”며 “볼만한 프로그램을 마치 쇼핑을 하듯이 고른다. 그래서 단지 웃음을 담는 프로그램을 넘어 정보, 지식을 갖춘 프로그램까지 시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