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본관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인수전 예비입찰에 부영그룹과 자산운용사 캡스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LB인베스트먼트가 뛰어들었다.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은 지하3층, 지상 24층 높이로 연면적 7만 5000㎡다. 1981년 준공식 이후 30년 넘게 외환은행이 본점으로 사용했지만, KEB하나은행 통합법인 출범 이후 재무안정화를 위해 유휴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 측은 6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매각가는 8000억~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 하나금융지주가 희망한 1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였던 롯데그룹이 입찰 계획을 철회하면서, 업계에서는 부영그룹과 캡스톤자산운용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앞서 부영은 지난해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본관 빌딩과 을지로1가 소재의 삼성화재 사옥을 각 5800억 원과 440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는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사옥을 3000억 원에 사들였다. 또한 경기 안성시 마에스트로CC를 900억 원에,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를 780억 원에 매입해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영그룹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사세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의 부채비율이 높아져 매출 대비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영그룹은 1983년 설립된 삼신엔지니어링에서 시작됐다. 사세가 확장되자 부영으로 상호를 바꿨고, 이듬해 이중근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이후 광영토건, 남양개발, 동광주택, 무주덕유산리조트, 부영, 부영CC, 부영엔터테인먼트, 부영주택, 남광건설산업, 동광주택산업, 부영주택관리 등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순위 16위에 올라있다.
자산규모는 지난 2006년 말 기준 3조 8080억 원이었다. 2012년 14조 1310억 원을 넘어 지난해에는 21조 7160억 원까지 늘어났다. 10년 만에 6배 넘게 불린 셈이다.
문제는 자산규모 증가세를 자본총액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2년 6조 7280억 원이던 자본총액은 지난해 7조 6340억 원이다. 자산이 7조 원 넘게 증가하는 동안 자본총액은 1조 원도 늘어나지 않았다. 부영의 자산증가는 곧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영그룹 전체 부채는 2012년 7조 4120억 원에서 지난해 14조 820억 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현재 184%에 육박한다.
매물로 나온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사진=박정훈 기자
‘재벌닷컴’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된 곳이 4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이 6개 등 부실 기업이 10개 기업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의 전체 22개 계열사 중 45.5%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영그룹은 서울 주요 빌딩들을 사들이며 사업의 외연 확장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영은 지난해 매출 1조 6309억 원에 영업이익 3349억 원, 당기순이익 1195억 원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빌딩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면 정기적으로 고정된 수익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부영도 그런 점을 노린 것 같다”면서도 “반대로 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면 돈이 묶인다. 위기 때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부영은 다른 기업들과 부채 개념이 조금 다르다. 부영의 주력 계열사는 임대주택사업을 하는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이다. 임대주택사업은 일반적으로 정부로부터 도시주택기금을 지원받는데 이 기금이 부채로 잡힌다”며 “또한 임대아파트를 입주자들에게 임대하면서 보증금을 받는데, 이 역시 부채로 기록된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할수록 부채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 본관 빌딩에 이어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 등 인수에 나서는 것도 무리한 외연 확장이 아닌 투자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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