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A 재단 산하 직원이 지난 5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A 재단 관계자는 ‘대통령님! 적폐세력으로부터 입소이용인과 직원을 지켜주세요’ ‘장애인 노동착취, 인권유린, 장애수당 착복, 보조금 횡령 일삼은 설립자 부부를 사법처리 하라’ ‘공정성을 잃은 무책임한 경기도청, 양평군청 담당자 전원을 강력 처벌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의혹은 △설립자 일가와 공무원 유착으로 재단 무력화 △양평군과 경기도 공무원 직무유기, 보복행정 △설립자 부부 장애인수당, 생계비 수억 원 횡령, 배임 △법인 재산 매각 의혹 △사문서 위조, 사해행위 등이다.
직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장애인 학대 무관용 공약을 밝혀 대통령을 믿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밝히고 “각종 인권침해와 설립자의 횡령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해 하루빨리 적폐를 청산하고 공약을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설립자에 의해 저질러진 각종 횡령 의혹과 인권침해 사례를 감독관청인 양평군과 양평군의회, 경기도, 경기도의회, 사법기관 등에 진정했지만 조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하고 “도리어 경기도와 양평군은 표적감사를 하는 등 ‘갑’질 행정이 만연해 있다”며 “장애인을 이용해 치부하려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한 “이번 사태는 재단 설립자와 그 일가가 십수 년 동안 입소 장애인의 장애수당과 생계비 등을 착복해 재산을 형성해온 전형적인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재단의 등기상 이사장이 존재하고 있고, 사표 유무효 논란이 법정 소송 중임에도 설립자 측이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들의 해임과 선임을 하는 등 제 멋대로 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 산하 장애인시설의 종사자 25명과 31명의 입소 장애인들은 시설 폐쇄 유언비어 등으로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신세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장애인 재활 복지 시설인 A 재단은 현재 107명의 지체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과 70여 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2000년 9월 설립되어 3개의 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 재단은 설립자 부부가 운영하다 2014년 8월 사기와 횡령 등 각종 위법을 저질러 각각 징역 14개월과 1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부는 지난해 10월경 출소한 뒤 또다시 재단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행세를 하면서 재단의 각종 사업 등 운영 전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에 속한 장애인들에 대한 노동착취와 각종 수당 착복 등 불법이 자행되어 온 정황과 의혹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재단의 일부 원장과 교사들은 정상적인 재단 운영을 호소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협박과 회유를 피해 양평군과 경기도, 언론 등과 접촉하며, 사태해결을 위한 관계부처의 감사 등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를 알게 된 재단은 사태 파악에 나선 이들에게 증언을 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장애인 등에게 종교생활 단절 및 재활 업무 제외로 생활비 경감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제기된 횡령 금액만 수억 원대로, 그 금액은 훨씬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민형사상 등 고소고발 건수만 15건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와 양평군 등이 이 같은 문제를 감독하고 관리해야 함에도 피해사례를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설립자 일가들의 입장에 서서 사태를 급 마무리하려한 정황마저 의심이 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단 관계자는 “양평군과 경기도는 현재까지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관리 감독 대신 비리를 폭로한 재단 산하시설 등에 대해 불시 점검을 하는 등 ‘표적 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및 관계기관 등과 재단 설립자 일가 측과의 유착 비리 의혹까지 지적했다.
현재 설립자 부부의 수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한 경찰 고소와 장애인 인권유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한 상태다. 인권위는 진상파악을 위해 오는 12일 재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장애인인권센터도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5월 26일 양평군청 담당 과장과 팀장, 주무관 등 3명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고소했다. 설립자 측이 선임한 이사진에 대해 ‘이사선임 무효 확인의 소’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고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양평의 도가니 사건’으로 비화된 A 재단 사태가 장기화되자 시민단체와 장애인 관련단체에서도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재단 산하 직원들은 무기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사태 결과가 장애인 인권침해와 사회복지재단을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인선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