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수익률이 좋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분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손실액은 3조 5290억 원에 달한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해외 주식 부문 수익률이 마이너스(-) 1.01%, 해외 채권 마이너스 0.04%, 해외 대체투자 마이너스 6.17%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주식 8.73%, 국내 채권 0.21%, 국내 대체투자 0.62%의 수익률을 기록해 국내에서는 총 9조 6746억 원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은 해외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 해외 투자 수익률은 부진하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5년간 안정적인 해외 수익률에 힘입어 국민연금은 매년 4%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그렇지만 지난 1분기 수익률은 해외 투자 수익률이 부진한 탓에 1.11%로 하락했다. 다행히 최근 코스피 랠리의 영향으로 총 수익률은 증가 추세지만 해외 투자 수익률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연기금이 해외에서 크게 부진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부진은 더 눈에 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월별로 투자 실적을 공개하는데 지난 1~3월 해외 채권 부문에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은 지난 1월 마이너스 0.2%를 기록했지만 2월 0.2%, 3월 0.5%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회복했다. 다만 해외 주식 부문에서는 매월 -0.8~-1.3%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역시 지난 1분기 해외 채권은 19.9%, 해외 주식은 3.26%의 수익률을 올렸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특히 손해를 본 부문은 해외 대체투자 부문으로 손실액만 2조 6345억 원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투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액의 4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할 정도로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다. 김용훈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지난 5월 보고서 <대체투자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기관의 목적에 따라 투자 대상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야 하지만 현재는 부동산, 선박, 항공기 등의 투자에 너무 많이 집중돼 있다”며 “목적에 따라 다양한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며 투자 집중현상을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구나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 지난해 말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 월마트 점포 40개를 인수하려 했으나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포기했다. 정태식 한국국유부동산연구원장은 “경제선진국 소재 부동산이면 무조건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 부동산의 가치 상승이나 매매차액 발생이 없을 경우 관리비와 같은 손비 발생도 우려되는데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의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가 실패하면 국부유출은 물론 사회적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국민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또 다른 이유로는 핵심 인력 이탈이 꼽힌다. 지난 2월에는 해외대체실장과 해외증권실장이 퇴사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채권운용실장까지 그만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실장급 인력 8명 중 3명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퇴사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이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말 서울을 떠나 전주완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특히 해외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해외대체실장과 해외증권실장이 동시에 퇴사한 것이 지난 1분기 해외 투자 수익률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장들은 대부분 증권업계 출신의 투자 베테랑들로 투자의 큰 틀을 잡는 역할을 한다. 이들 3명의 실장이 비운 자리는 지난 5월 새로운 실장들로 채워졌다.
국민연금은 새로운 실장들이 자리를 잡고 수익률을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평가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좋게 보일 수도 있고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며 “연말 결산하는 시점이 되면 숫자가 달라지기도 하니 1분기의 수익만 놓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경력 갸우뚱 인사 ‘낙하산 투입’ 수군…기금운용본부 인사 논란 지난 5월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퇴사한 전임 해외대체실장의 후임으로 김재상 실장을 선임했다. 김 실장은 1994년 SK증권에 입사해 1996년 현대투자신탁으로 이직했으며 이후 슈로더투자신탁운용, ABN암로를 거쳐 2014년 1월까지 메리츠자산운용 상무로 재직했다. 김 실장은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인연이 깊다. 강 본부장과 김 실장의 인연은 2002년 김 실장이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마케팅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 본부장은 슈로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강 본부장은 2005년 ABN암로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았고 김 실장을 이사로 스카우트한 바 있다. 강 본부장이 2008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는 김 실장을 메리츠자산운용 경영전략본부장으로 다시 스카우트했다. 국민연금은 공개채용을 통해 김 실장을 선발했다. 하지만 김 실장과 강 본부장의 인연이 깊다보니 업계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해외근무 경험은 많지만 대체투자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상세한 인사 배경까지 설명하긴 힘들다”며 “엄격한 절차를 걸쳐 채용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