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5월 30일 청와대에서 교황청 특사로 다녀온 김희중 대주교와 간담회를 갖는 모습. 일요신문DB
# 김이수 ‘흐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단독으로 반대 취지 소수 의견을 낸 부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김 후보자 안보관이 우려스럽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통진당 강령 중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내용을 어떻게 보냐”면서 “일하지 않는 사람은 투표권이 없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강령 자체만으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5·18 민주화 운동 떄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사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판결도 걸림돌로 떠올랐다. 이 사건 피고인은 1995년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개시된 재심사건에서 정당행위라고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 경험은 저에게 평생의 괴로움으로 남았다”면서 “제 판결의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죄했다.
야당은 김 재판관의 정치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재 재판관 9명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하도록 돼 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후보자는 헌재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판관 재직 시절 후보자가 8 대 1, 단 한 명의 의견으로 소수의견을 낸 게 4건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전교조 관련 교원노조법 위헌, 국가보안법(동조행위 처벌 조항 위헌), 근로자의 날(관공서 휴일지정)”이라며 “후보자가 민주당 입맛에 맞게 결정을 내려줬다 이렇게밖에 이야기를 못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임기 동안에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절대 발생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거듭 말했다.
헌재소장 후보자는 장관과는 달리 본회의 표결로 낙마 여부가 결정된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참석, 그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통과된다. 하지만 김 후보자 인준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인선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 강경화 ‘먹구름’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청문회장에 배석한 외교부 공무원 가운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퇴장할 것을 요구하며 기선 제압에도 나섰다. 우선 강 후보자 자녀의 위장 전입이 최대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저와 제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의혹은 적극 반박했다. 강 후보자는 남편의 거제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남편은 거제도로 완전히 주민등록을 옮기고 은퇴 생활을 유익하게 하기 위해 임야를 사서 나무를 심으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강 후보자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 후보자의 경남 거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 정도 의혹이면 국장에서 1급으로 올라가는 고위 공무원 검증도 통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서청원 의원은 “이 정권의 인사 배제 원칙 중 최소 3개 이상 위반으로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야권은 강 후보자 청문 보고서를 두고 ‘채택 불가’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강 후보자의 경우 국회 인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청문 보고서 채택이 없더라도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임명을 강행할 순 있지만 정치적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협치의 파국을 선언하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 김동연 ‘맑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정부 최초의 국정 마스터플랜인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금융비서관을,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이후 공직을 떠난 뒤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직을 맡았다.
김 후보자 청문회에선 도덕성 검증보단 주로 추경, 일자리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소신 발언을 이어가 화제를 모았다.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경제 철학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오랫동안 경제 관련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울먹이기도 해 관심을 끌었다. 김 의원은 경제기획원(현 기재부) 등에서 김 후보자와 함께 일을 했다. 김 의원은 “(후보자는) 돈·학벌·인맥도 없이 이 자리에 왔다. 후보자가 쓴 기고문에 보면 하도 힘들어서 아버지를 일찍 만날까…”라고 소개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후보자 청문 보고서는 6월 9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견 없이 통과됐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제2의 슈퍼 수요일’엔 누가? 현역의원 불패 신화 이어질까 주목 6월 14일은 ‘제2의 슈퍼 수요일’이 될 전망이다. 이날 김부겸 행정자치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하루 뒤인 6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비교적 무난한 청문회를 예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현역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월 7일 “다음주 청문회가 예정된 정치인들은 이미 많이 검증된 분들이다. 현역 정치인은 청문회를 통한 낙마 사례가 없다”고 했다. 후보자들은 의혹 검증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후보자는 과거 석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 측은 “과거에 다 해명됐지만 다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국회에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영춘 후보자는 삼화저축은행 비리 당사자인 신삼길 회장으로부터 부적절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500만 원) 후원금을 받은 시점은 2004년 4월로서 삼화저축은행 비리가 드러난 시점인 2011년과는 시기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2004년 4월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신 회장과는 아무런 개인적 친분도 없다”고 밝혔다.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받고 있는 도종환 후보자는 “학회지 글을 본인 논문에서 인용했다는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실수다. 교육부 훈령에 따르면 부당 중복게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도 ‘현역 의원 불패 신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