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사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9%로 0.5%포인트 올렸다. JP모건 역시 2.5%에서 2.8%로 높였다. HSBC도 최근 경기회복과 11조 2000억 원 추가경정예산편성 등을 고려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2.9%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서민들의 삶은 반대로 팍팍해져 가고 있다. 5월 26일 코스피가 사상 첫 2350선을 돌파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경제지표는 기대를 가질 만하지만 국민들은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고 소득·소비·물가 등 서민생활 관련 지표들이 개선되지 않는 점도 거시경제 지표와 서민 체감경기 간의 간극을 벌려놓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근로자 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실질임금이란 임금상승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음에도 근로자들에게 돌아간 몫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머문 셈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근로자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렇다보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나쁠 수밖에 없고 가계 소비도 위축되게 된다.
실제로 1분기 한국 경제는 전기 대비 1.1% 성장했지만 가계 소비는 절반 수준인 0.5%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기업의 투자를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이 같은 기간 4.9% 증가하고, 수출이 2.1% 늘며 경제성장률을 웃돈 것과 비교된다.
이렇다보니 가계소비는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분기 총고정자본형성의 성장기여도가 1.8%포인트,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0.9%포인트였던데 반해 가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에 그쳤다. 기업 투자, 수출에 비해 가계소비는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를 못한 셈이다.
1분기 깜짝 성장에도 실질임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소비여력은 나빠지는데 물가는 빠르게 오르며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는데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2.5%를 기록했다.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된 신선식품지수는 5.6%나 폭등했다. 품목별로는 달걀이 67.9%, 오징어 59.0%, 콩 28.8%, 당근 22.9%, 닭고기 19.1%, 풋고추 19.0% 등 먹을거리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보이자 고통을 분담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실제로는 고통이 서민에게만 집중됐던 탓에 1분기 성장률 개선에도 가계소득이나 소비는 저조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경제성장의 과실이 분배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민간소비가 줄면서 내수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점은 큰 문제”라며 “내수를 튼튼히 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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