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투명성 강화 ‘교원 관리계획’ 시행
--광주시교육청-사학 ‘교사채용 위탁’ 갈등
-시교육청 “공정성 높일 것”…사학 “인사권, 건학이념 침해”
-광주교육청 위탁 신청 접수 결과 신청 ‘미미’
-이대로 가면 정교사 채용도 힘들어 학교운영 차질
[광주=일요신문] 이경재 기자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교사 채용 위탁’ 채용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시교육청이 신청서를 받은 결과 참여 법인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청 주변에선 사립학교 교사 위탁 채용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 정책 시행을 두고 법인협·학교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는 게 시교육청 입장이다. 반면, 사립학교측은 사학 법인들은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권 침해’와 ‘건학 이념’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것이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 위탁’ 채용을 둘러싼 광주시교육청과 법인협·학교측 간의 논란을 들여다봤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시교육청은 사학 법인의 기간제 비율 축소와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공동 위탁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사를 둘러싼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자 올해는 팔을 걷어 붙였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3월 신규 교사 채용 절차와 추진 계획을 담은 ‘사립 중등학교 교원 정·현원 관리계획’을 69개 사립학교(중 25개·고 42개·특수학교 2개)에 통보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관리 계획은 ▲교육청 주관으로 치러지는 ‘공립학교 증등교사 임용시험’에 위탁, 신규 교사를 선발하거나 ▲학교법인과 교육청, 또는 3개 이상 사립학교 법인이 공동 주관으로 선발하는 방식 등 3가지 채용 계획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채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사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위탁 채용’을 따르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만 정교사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교육청 입장이 담겼다. 시교육청은 정원 외 과원 교사에 대한 사학법인 활용 계획이 교육청과 다를 경우 해당 교사의 인건비 및 법정 부담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침도 사립학교 측에 통보했다. 장휘국 교육감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건전 사학은 지원하고 비리 사학은 엄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낭암학원에서 발생한 교원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인 등의 의견을 수렴했고 시험과목, 범위, 난이도 등을 법인과 교육청이 상호 협의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했다”며 “법인 자체 선발에 따른 행정업무와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 지역 사립학교 대부분은 이번에도 교육청의 요구를 거부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사립학교 법인을 대상으로 2017학년도 하반기 신규교사 공동 위탁채용 신청서를 지난 5월 한달 동안 접수한 결과 36개 법인 중 6개 법인이 신청했다. 낭암학원(6명), 죽호학원(5명), 도연학원(1명), 금정학원(1명), 동명학원(1명), 숭의학원(1명) 등 6곳에서 총 15명 교사의 채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선이사가 파견된 낭암학원과 기존에도 위탁채용에 참여했던 죽호학원을 제외하면 불과 4명으로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지역 중·고등학교는 158곳이며 이 중 사립학교 법인은 35개, 사립학교는 70곳으로 사학 점유율이 44.3%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지난 3월 신규 교사 채용 절차와 추진 계획을 담은 ‘사립 중등학교 교원 정·현원 관리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ilyo66@ilyo.co.kr
현재 시교육청은 사립학교 법인들에 대해 교사 채용을 위탁하지 않을 경우 정교사를 채용할 수 없도록 방침을 정해 사실상 사립학교 내 기간제 교사들의 정교사 전환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교사를 채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사립학교 내 기간제 교사들의 정교사 전환도 힘들어진다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이대라면 자칫 전체 사립학교 교사(3421명) 중 20.2%인 기간제 교사(690명) 비율이 늘어나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전체 35개 사립학교법인 중 기간제 교원 비율이 20%를 넘는 법인이 16곳에 이르고 30%를 웃도는 사립학교 법인도 5곳에 달한다.
여태껏 교육청의 채용 위탁 요구를 수용한 사례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광주교육청이 지난해 시의회에 제출한 ‘2012년 이후 사립학교 교원 채용 현황’에 따르면 교육청에 채용 전형을 위탁한 학교는 ▲세광학교(2012년·3명) ▲진흥중·고(2012년·4명) ▲조대부고(2012년·1명) ▲조대부중(2012년·1명) ▲조대여고(2012년·5명)에 불과하다. 광주지역 사립학교가 35개 법인(타 지역 법인 2·대학법인 3·사회복지법인 1 포함), 69개 사립학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사립학교측의 부정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사립 초·중·고 광주법인협의회는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이 제안한 위탁 채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교사를 채용할 수 없어, 신규교사를 기간제로만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는 위탁 채용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위탁 채용과 관련해 소통의 절차가 없었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는 광주시교육청이 채용 비리와 부실 운영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사립학교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운영 전반에 대한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한 축인 사학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통제하려고만 한다는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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