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클라인의 신간 <힐러리에 관한 진실> 표지(왼쪽), 2년 전 출간된 힐러리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 표지. | ||
이 책이 기존의 클린턴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비단 위의 내용뿐만이 아니다. 힐러리가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는 가정과 함께 그녀가 타고난 사기꾼이자 두 얼굴의 정치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대목 역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과연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제목 그대로 ‘진실’일까,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띤 ‘힐러리 죽이기’ 전략에 불과한 것일까.
힐러리 로댐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57)을 통쾌하게 망가뜨리는 책이 출간되자 가장 먼저 환호성을 지른 이들은 다름아닌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파 진영이다.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이자 정권 재창출의 장애물인 힐러리를 알아서 이렇게 두들겨 주니 얼마나 속 시원한가 말이다.
이 책의 출판사인 ‘센티넬’ 역시 보수적인 색깔로 유명하다. 출판사가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참패시켰던 ‘쾌속정 참전용사들’처럼 이 책 역시 힐러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하자 공화당은 즉각 다음과 같은 50만 통의 이메일을 공화당원들에게 일제히 전송했다. “출판사측에 따르면 이번 책에서 폭로될 내용으로 인해 힐러리가 2008년 대선에서 참패할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충격적이고 폭발성이 강하기에 그러는 것일까. 책의 저자이자 <뉴스위크> 외신 편집장과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을 지낸 클라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진실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힐러리의 사생활과 정치 인생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1960년대부터 힐러리와 가깝게 지내온 1백여 명의 사람들 즉 고등학교 및 대학교 동창, 로스쿨 동창, 민주당 정치가, 백악관 측근, 동료 의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책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반박했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앞서 말했던 ‘클린턴이 힐러리를 성폭행했다’는 부분. 클라인은 책에서 클린턴이 1979년 버뮤다 휴양지에서 한 친구에게 “마누라를 성폭행하려고 다시 숙소로 가는 중이야”라고 말한 부분을 인용했다. 이어 익명의 한 제보자는 “다음날 아침 클린턴의 방은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난 듯 보였다. 베개들과 부서진 가구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 제보자는 몇 개월 후 클린턴은 힐러리의 임신 사실을 지역 신문인 <아칸소가제트>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됐으며, 힐러리가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기자에게 먼저 알린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 클린턴 부부. | ||
또한 그는 “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클린턴 부부의 ‘이상한 부부관계’였다. 다시 말해서 왜 힐러리가 임신한 사실을 남편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신문에 터뜨렸느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그는 힐러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야망이 있는 여자인지 그리고 이들 부부가 정치적 계약 커플에 불과한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실제보다 항상 자신을 더 과장되게 포장하는 사기꾼이다”고 말하는 클라인은 이어 그녀가 동성애적 성향이 짙은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녀의 이런 동성애적 성향은 1965~1969년 무렵인 웰즐리여대 재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통적으로 여성 동성애 성향이 강했던 웰즐리여대에는 실제로도 레즈비언들이 많았으며 힐러리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적어도 지금 힐러리의 절친한 대학 동창 중 두 명이 커밍아웃을 했으며, 클린턴과의 결혼과 출산 역시 위장된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클라인은 힐러리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목표나 야망, 페미니즘 성향 역시 이 무렵 형성된 동성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책에서 “그녀는 아내다. 하지만 아내다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엄마다. 하지만 어머니답지는 않다” “그녀는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남편의 힘에 편승했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의 외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클라인은 여지 없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는 “힐러리는 이미 르윈스키와의 관계는 물론이요, 대부분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사뭇 자신이 피해자인 양, 불쌍한 아내인 양 연극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언론을 이용했으며, 심지어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 클린턴의 숨겨진 정부들을 줄곧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그는 책에서 “‘지퍼게이트’ 당시 세상을 속인 것은 비단 클린턴뿐만이 아니었다. 언론에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던 힐러리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클라인의 주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 자신은 정치적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도를 걷는 ‘언론인’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듯싶다.
이 책을 시작으로 갑자기 미국 서점가에 때아닌 ‘힐러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 이런 분위기를 입증하듯 지난해 출간되었던 <아메리칸 에비타:힐러리 클린턴의 대권을 향한 길>이 재발간되었는가 하면 오는 10월 출간될 예정인 딕 모리스의 <콘디 VS 힐러리: 차기 대선>도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명예훼손죄로 법적인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힐러리측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쓰레기’라고 애써 무시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좋든 싫든 이 책이 힐러리의 대권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