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추경이 성공할 것인가. 정부는 일자리 추경이 경제가 일자리 창출능력을 회복하고 가계소득을 늘리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가 경기침체와 불균형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재정을 투입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원배분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은 경제정책의 기본이다. 따라서 추경을 편성하여 일자리 만들고 소외계층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적절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펌프에 마중물을 부으면 물을 퍼 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펌프 자체가 고장 난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 경제는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산업에 의존하여 성장했다. 그러나 기존산업들이 부실화하여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따라서 마중물을 부어도 물이 쉽게 올라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추경이 세금을 먹는 하마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분배정책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안 된다. 소득중심성장이 성공하려면 근본적으로 경제가 소득창출능력을 가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 계층 간 소득재분배의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민간부문도 이에 따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양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 예산확보가 어렵다. 민간기업들은 재정적 부담이 커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정책은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장기연체채권 소각,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의 가계부채해소 방안도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일단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민소득의 전체 규모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다음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하여 성장-고용-분배가 선순환을 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산업구조개혁이다. 대기업 중심의 낙후산업을 혁신하고 중소, 벤처기업 중심의 미래 산업을 일으키는 산업구조의 대수술이 절실하다. 동시에 공정거래, 임금구조, 조세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 수순이다. 경제팀의 인사도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분배구조를 개혁하는 전문가와 성장 동력의 창출을 이끄는 전문가를 함께 적재적소에 기용하여 성장정책과 분배정책을 상호보완적으로 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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