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몽백합배는 한국 18명을 비롯해 중국 37명, 일본 3명, 대만 1명, 북미 2명, 유럽 2명과 와일드카드로 초청받은 딥젠고가 32강 티켓 다툼을 벌인다. 64강을 통과한 32명은 하루 휴식을 갖고 21일 같은 장소에서 16강 진출자를 가리게 된다.
한국은 전기대회 준우승 자격으로 시드를 받은 이세돌 9단과 국가시드의 박정환 9단, 최철한 9단, 신진서 8단 외에 지난 3월 치러진 예선을 통과한 박영훈, 강동윤, 나현, 강유택, 안국현, 이지현, 한태희, 신민준, 한승주 등 10명이 출전한다. 여기에 아마추어 조를 통과한 박종욱, 박상준, 조남균, 문유빈 등 4명이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제2회 몽백합배 결승5번기 최종 5국 종국 장면. 이세돌은 끝까지 자신의 승리를 맏어 의심치 않았으나 중국룰로 인해 반집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키게 된다.
MLILY 몽백합배는 중국의 젊은 기업인 헝캉(恒康)그룹 니장건 회장이 창설한 대회다. 니장건은 유학시절 메모리 폼 베개에 주목해 가구회사를 창업해 조 단위 매출을 일궈냈다. 구리 9단의 광팬이기도 한 그는 유명한 이세돌 vs 구리의 10번기를 후원해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비록 10번기는 그의 바람대로 끝나지 않았지만 니장건은 춘란배 이후 수십 년간 맥이 끊겼던 중국 주최 세계바둑대회를 창설했다. 지금의 중국바둑 융성에 주축돌이 된 몽백합배가 그것이다.
2013년 창설된(몽백합배는 격년제로 열린다) 몽백합배는 중국바둑의 영광과 궤를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1회 대회 우승자는 미위팅이었는데 당시 중국은 4강을 싹쓸이했었다.
2회 대회는 한국이 강세를 보였다. 이세돌과 박영훈, 안성준이 4강에 올라 우승컵은 한국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마지막 남은 하나, 커제가 힘을 냈다. 커제는 박영훈과의 준결승3번기를 2-1로 역전승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이세돌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가져간다. 특히 최종 5국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승부로 당시 이세돌 9단은 종국 때까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중국룰로 인해 쓰라린 반집패를 당하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실제 5국은 한국룰일 경우 이세돌의 반집승이었다).
몽백합배는 올해도 역시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국인 중국은 전기 대회 우승자 커제와 와일드카드 미위팅, 국가시드 5명과 예선통과자 30명 등 최다 인원인 37명이 본선에 나선다.
일본은 시드를 받은 다카오 신지, 고노 린, 위정치 등 3명이 본선에 올랐고, 대만은 시드인 샤오정하오만이 본선에 합류했다. 이밖에 북미 대표로 리리옌, 인밍밍 초단, 유럽은 일리야 쉭신, 마테우스 수르마 초단이 본선에 출전하지만 들러리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3월 열렸던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박정환과 대결하는 딥젠고. 과연 토너먼트 세계대회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실 이번 대회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세계 토너먼트 바둑대회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 ‘딥젠고’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일본 주최의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한국의 박정환, 중국의 미위팅, 일본 이야마 유타와 리그전을 벌였던 그 딥젠고다.
딥젠고는 거기서 미위팅과 박정환에게 패하고 이야마 유타에게 이겨 3위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졌던 미위팅, 박정환과의 2국 모두 막판에 아깝게 역전됐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당시 딥젠고는 중반까지는 알파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종반 마무리가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과연 지난 100일 동안 얼마나 단점이 보완됐을 것인지가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인 프로기사들은 딥젠고의 출전을 별로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유권해석은 별개로 하더라도 실력적으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랭킹 10위권이라는 이야마 유타를 꺾었고, 세계 정상권이라는 박정환과 미위팅을 상대로도 종반까지 앞서는 내용을 보였으므로 딥젠고가 경계대상 1호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알파고도 떠난 마당에 다시 인공지능과 겨루는 것은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미 인공지능에게는 배울 만큼 배우지 않았는가. 알파고도 은퇴한 마당에 다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니 기사들이 반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토너먼트 진검승부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나올지, 또 상대하는 인간들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에 지켜보는 재미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의 본선 64강과 32강, 8월 예정인 16강과 8강은 단판 토너먼트로 열리며 3번기로 진행되는 4강은 11월에 열린다. 대망의 결승전은 12월 29일부터 내년 1월까지 5번기로 세 번째 우승자를 가린다.
국제바둑연맹(IGF)이 주최하고 중국 위기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MLILY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의 제한시간은 통합예선부터 준결승 3번기까지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며, 결승 5번기는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180만 위안(한화 약 3억 원), 준우승 60만 위안(한화 약 1억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