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군에 있는 대탑. 보다파야왕이 152m로 짓길 원했지만 미완성이 되고 말았다.
[일요신문] 인간은 끊임없이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위와 권력도 그렇고 명예와 부도 그렇습니다. 높이에 대한 도전도 끊임이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입니다. 828m입니다. 하지만 곧 1007m, 즉 1k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등장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완공되는 킹덤 타워입니다. 미얀마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탑이 있습니다. 밍군대탑입니다. 밍군은 만달레이에서 이라와디강을 건너가면 만나는 조그만 마을입니다. 유람선으로 50분쯤 걸립니다. 엄청난 크기와 높이로 버티어 서있는 대탑은 지진으로 곳곳에 금이 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탑입니다.
미얀마 마지막 왕조의 전성기인 1790년. 보다파야(Bodawpaya)는 왕위에 오르면서 거대한 꿈을 실천에 옮깁니다. 높이 152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원을 짓는 것입니다. 자신의 왕위를 자축하고 업적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미완의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해 시작된 건설공사에는 수천 명의 노예들과 백성들이 동원되었습니다. 가혹한 노동을 견디지 못한 노예들이 도망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집단으로 도망가는 노예들을 추격하다 인도 국경을 넘는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은 이것을 빌미로 버마에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두 나라간 전쟁의 도화선이 시작된 사건입니다.
밍군의 사자상. 머리는 없어지고 몸통과 꼬리만 남았다. 오른쪽은 1810년 완성된 밍군 벨. 타종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종이다.
대탑은 1797년 공사가 중단되고 약 100m 높이에서 멈추게 됩니다. 1819년 왕이 죽은 뒤로는 지진으로 인해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탑 오른쪽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오르면 주변경치가 뛰어납니다. 아래로 크디큰 두 마리의 사자상이 보이고 저멀리 장엄한 강물이 한눈에 잡힙니다. 근처에는 밍군 벨이 있습니다. 보다파야왕이 밍군대탑에 바친 종입니다. 1808년 시작하여 1810년 주조했습니다. 무게 약 90톤, 둘레 5m, 높이 3.7m로 타종이 가능한 세계 최대의 종입니다. 이 종은 강에 있는 섬에서 만들었고 운반한 과정이 이채롭습니다. 운하를 만들어 옮겼다고 합니다. 이처럼 보다파야왕은 세계 최고최대의 건축물을 계획했던 야심찬 인물입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높이가 142m이다.
1770년 괴테는 이 도시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법률학 박사학위를 받은 곳입니다. 하지만 자신조차도 앞으로의 삶의 행로가 새롭게 바뀌는 시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법률실습을 위해 다른 도시의 고등법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샤를 로테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깊은 슬픔을 통해 괴테의 처녀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탄생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서간체 소설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의 길을 걷게 됩니다.
152m와 142m. 각각 대탑과 대성당의 높이입니다. 밍군의 대탑은 꿈꾸던 높이를 이루진 못했습니다. 지금은 고공으로 1km 높이를 치닫는 시대임을 생각하면 보잘 것 없는 높이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욕망의 높이’이기도 합니다. 영혼의 높이와 욕망의 높이. 괴테는 대성당을 바라보며 인간의 공허한 욕망의 높이를 진정시키며, 깊고도 넓은 영혼의 높이를 생각했던 걸까요. 허물어져 가는 밍군대탑을 내려오며 젊은 괴테의 말을 생각해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