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는 성희롱, 성차별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다. 사진=플리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벌어지는 성·인종·경력 차별을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의 성희롱과 성차별은 마치 일부 국내 기업을 보는 듯하다. 우버의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는 지난 2월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그러나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가 2014년 한국을 찾았다가 서울의 한 룸살롱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이 최근 내부 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경제연구소(NBER) 조사에서 우버 기사들이 흑인 승객을 태우지 않거나 여성 승객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혁신의 아이콘 구글도 성차별로 구설에 올랐다. 미국 노동부의 정기 조사 결과 구글의 남성과 여성의 임금 체계가 다른 사실이 포착된 것. 미 노동부는 구글에 보상체계와 직원 평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글은 기본적인 자료만 냈고, 이에 노동부는 지난 1월 구글을 고발했다. 미 노동부는 같은 이유로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여성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실리콘밸리의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진취성에 비해 기업 문화가 후진적인 것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기업 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다. 트위터·우버의 기업변호사를 역임한 마이나 핫산은 “새로 출범한 회사는 성희롱 방지 교육 등에 큰 부담을 느껴 문제 대응에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뜻이 맞는 지인들끼리 ‘차고’를 빌려 기업을 키우는 실리콘밸리에는 전통적으로 남성적 문화가 만연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함께 세웠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 세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끼리끼리 문화를 ‘실리콘팰리(pally)’라고 비판했다(pal은 남자들끼리 격의 없이 부르는 말).
이런 분위기는 창업자금을 모을 때도 성차별로 이어진다. ‘블룸버그’의 최근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남성의 평균 창업모금은 100만 달러인 데 비해 여성은 77만 달러로 낮았다. 현재 미국의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기업인 중 여성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1999년의 10%보다도 낮다. 100대 벤처캐피털 중 60%는 아예 여성 기업인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컴퓨터공학 학사 중 여성의 비율은 1985년 18%에서 2013년 3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캠퍼스. 구글은 남녀 임금차별로 미국 노동부에 고발당했다. 사진=플리커
한국만 봐도 그렇다. 한국 IT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등은 모두 창업 동료이거나 대학 동창 관계다. 여성 IT 스타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분위기가 악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경인 지역의 한국의 여성 스타트업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20%, 싱가포르 1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국내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창업 센터에 가면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단계부터 남성들만의 패거리 문화가 강하다”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린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여성들의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한편 서로 융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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