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6월 13일 오전 연세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자그마치 그 이유는 폭탄테러!!!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재직 중인 김 아무개 교수는 연구실 앞에 놓인 쇼핑백을 발견했습니다. 김 교수는 무심코 쇼핑백을 열었고... 그 순간 쇼핑백 안에는 텀블러가 굉음과 함께 터졌습니다.
텀블러 안에는 나사 수십 개와 화약물이 들어있었습니다. 여기에 건전지를 이용한 기폭장치까지 연결됐다고 하니 말 그대로 갖출 건 다 갖춘 폭탄이었죠.
다행히 피해자인 김 교수는 약간의 화상을 입은 것 외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사제폭탄은 조악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폭탄이 의도대로 작동됐다면 나사가 사방을 튀어나가며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위협했을 것입니다.
범인은 곧바로 체포됐습니다. 범인은 김 교수의 제자인 대학원생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홀로 폭탄을 제조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범행 이유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이번 사건이 시사 하는바는 무척 큽니다. 비록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더 이상 우리나라도 테러 청정지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더 소름끼치는 점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지난 5월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맨체스터 폭탄테러에서 이번 범행을 착안했다는 것입니다. 맨체스터 사건의 배후에는 IS가 있었습니다. 즉 이번 사건 범인은 IS가 기획한 사건을 모방해 범행을 행한 셈이죠.
게다가 그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그럴 듯한 폭탄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앞서 발생한 맨체스터 사건 역시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못, 너트, 볼트 따위가 폭탄 재료로 쓰였습니다. 사건 피해 규모는 확연히 다르지만, 두 사건 모두 ‘사제폭탄’이었던 것이죠.
사실 국내에서 사제폭탄이 이용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남학생이 부탄가스를 이용해 만든 폭탄 두 개를 터트려 인터넷에 올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2014년에는 이른바 ‘종북 논란’을 야기한 신은미․황선의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한 10대 일베 회원이 질산칼륨과 설탕을 담은 도시락 폭탄을 투척하다 적발됐죠.
2012년에는 한 40대 남성이 별거 중인 아내를 돌려달라며 처형 집에 원통형 사제폭탄 두 점을 터트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2011년에는 사제 폭발물을 두른 20대 남성이 자폭하면서 목숨을 잃는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안전국으로 분류되기는 어렵겠죠.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국내 사제폭탄 사건...도대체 이 폭탄들은 어떻게 제작되는 것일까요. 놀랍게도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는 방법과 정보들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해외 사이트는 물론 국내 각종 게시판에서도 폭탄 제조법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각종 실험이란 명목으로 사제폭탄 제조법을 아주 친절하게 가이드 해주는 동영상도 수두룩합니다.
개중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한 ‘사제폭탄’을 제조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를 테면 폭약 역할을 하는 성냥개비 몇 개, 폭약통 역할을 하는 탁구공 하나, 심지 한 개와 은박지 한 장으로 만드는 초소형 사제폭탄도 존재합니다. 단 돈 1000원 정도면 어느 누구나 위력을 야기할 수 있는 폭탄 한 점을 완성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 모든 행위는 당연히 범죄이고 불법입니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6장에 따라 폭발물 사용을 철저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폭발물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수수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며 미수범들 역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앞서 폭탄 제조법을 공유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총포 및 화약물의 제조방법 또는 설계도면 등을 인터넷에 게시, 유포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세대 테러 사건은 작은 해프닝으로 볼 사안이 절대 아닙니다. 피해가 작아서 그렇지, 이번 사건은 우리가 폭탄테러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사건입니다. 게다가 우린 IS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입니다.
벌써부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폭발물의 재료로 쓰일 수 있는 항목을 세밀히 분류하고 이를 구입하거나 이용하는 이들을 적절한 걸러내는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고 말이죠. 여기에 근본적으로 폭발물의 제조법을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 더욱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