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봉화산 주변 난개발 현실화 우려
-민자유치 무산시 토지보상비 1600억 원 재정부담 떠안을 판
-시 “도시공원 민간개발 불가피...최적 추진방안 점검 차원”
순천시 민간공원특례사업 조감도. <순천시 제공>
[순천=일요신문] 박칠석 기자 = 전남 순천시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추진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졸속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순천시가 최근 돌연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사업 대상지인 봉화산 주변 난개발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순천시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오는 2020년부터 도시근린 공원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일몰제’ 시행에 대비해 추진해왔다. 당초 순천시는 도시공원 면적을 늘리기 위해 공원 23곳, 576만 2741㎡을 수용하기로 했다. 토지매입비만 1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순천시가 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년의 기한이 지나고 2020년 일몰제가 시행되면 이들 부지는 토지주의 자유재량에 맞춰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 민자유치에 실패할 경우에는 전액 시 자체 재원으로 보상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순천시는 토지소유자에게 부지의 30%는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나머지 70%의 공원조성 책임을 떠맡기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도입키로 했다. 이는 열악한 지방재정 속에서 공원해제를 막아야 하는 고육지책이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5만㎡ 이상의 도시공원에 민간 소유 도시공원 면적을 70% 이상 조성해 기부 채납하면 나머지 부지는 녹지·주거·상업지역에 허용되는 아파트 등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일단 순천시는 도시공원 용도를 일괄 해제했을 때보다 특례사업으로 난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녹지보전’이라는 공익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게 순천시의 설명이다.
더욱이 사업시행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토지 매입비의 80%를 예치금으로 선입금 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한 마찰 우려 등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 등 전국 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재원 투입을 막기 위해 민간자본을 일부 수용하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추진에 적극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는 지난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적용하기로 하고 대상공원으로 삼산, 향림, 남산, 봉화 4곳을 검토한 뒤 공모에 나섰다.
공모 결과 2개 업체에서 삼산공원, 봉화산공원 2곳을 제안했으며, 전문가로 구성된 제안심사위원회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주)한양을 선정했다.
한양은 삼산공원 내에 지하 4층 지상 25층 1479세대, 봉화산 공원 내에 421세대 등 총 1900세대 아파트 2개 단지와 봉화망북에 상업시설, 예술인마을 27필지 규모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추진은 토지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토지주들은 “공원 부지에서 해제되는 것을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빌려 막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보상이나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손실도 없이 새로운 규제를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일부 토지 소유주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자 조충훈 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업추진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로 인해 일몰제 시행 이후 난개발을 막을 대안이 없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어정쩡한 해결책이 도리어 난개발 우려와 녹지훼손, 재정부담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20년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도시공원 내 사유토지 개발을 제한할 수 없고 녹지 보호를 위해서는 공원 23곳에 대한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시의 열악한 재정 형편상 매입 예산이 없어 도시공원은 사라지고 동시에 난개발이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있을 때는 토지사용에 제한을 받는 대신토지주가 재산세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최근 경기도에서는 도시자연공원 해제 후 개발도 안 되고 매매도 안 되는데 세금 폭탄만 맞게 된 사례가 발생하면서 재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발생했다”며 역민원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처럼 순천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추진한 사업을 스스로 뒤엎으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시는 1200억 원 규모의 ‘순천만랜드’ 등 민자사업 유치 계획을 확정단계에서 무산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순천시는 최적의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재검토이지 전면 백지화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재검토 결정이 난개발과 공익 훼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민간공원 개발로 인한 폐해와 시민의 공익, 도시공간 관리에 대한 점검 차원이라는 것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2020년 일몰제에 대비해 시의 재정부담 완화와 장기미집행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 해소 등을 고려하면 일부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발여부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비롯한 난개발 방지, 생태·환경 보호, 자연친화적 공간 조성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점검하는 차원에서 재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간공원특례사업 추진을 놓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순천시. 녹지는 녹지대로 확보하고 장기 미집행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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