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천안교육지원청, 충남교육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한 명이 동급생 여러 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일명 ‘일대다(一對多)’ 학교 폭력이 발생했다. 이 학교는 최근 학교 폭력 은폐 의혹에 휩싸인 학교다.(관련 기사)
문제는 이 때도 학교가 학교 폭력 사태를 방관했다는 점이다. 학교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을 적극적으로 훈육하거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었어야 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학폭위는 다수가 소수를 따돌리는 ‘집단 따돌림’을 위주로 열리기 때문이었다.
학교의 방관 아래 날이 갈수록 가해 학생의 행동이 심해지자 학부모가 나서기 시작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의견을 조율했다. 가해 학생이 전학 가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담임은 정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는 학교와 조치를 요청하는 학부모 사이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휴직계를 제출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소지 이전으로 한 학생의 학적이 이동되면 ‘정상적인 전학’으로 확인되는 탓이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우리는 보고 받은 적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무슨 학교 폭력으로 전학을 가나?”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이 내용을 전해 듣고 사태를 파악한 천안교육지원청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학교의 책임”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지원청 관계자는 “파악해 보니 강제전학은 없었다.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문제를 많이 일으켜 다른 학부모의 문제제기를 여러 번 받자 자발적으로 거주지를 이전해 전학이 이뤄졌다. 초등학교에서는 강제전학이 없다며 “전학은 교장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교육청과는 관계 없다.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는 기관장 책임져야 한다. 자체적으로 처리할 사안이라 보고 사항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수의 학부모는 학교와 천안교육지원청의 이런 책임 회피성 업무 처리를 향해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익명을 원한 한 학부모는 “1차적으로 학교가 문제다. 그렇다고 지원청이 책임에서 빠져나갈 순 없는 노릇”이라며 “가해 학생이 거주지를 이전해 전학을 갔지만 담임이 공황장애로 휴직을 했다. 한 학생의 전학과 공황장애 휴직이 같은 학교에서 발생했다면 최소 교육지원청은 ‘대체 무슨 문제인가’ 들여다 보기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가해 학생을 학부모가 전학 보내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천안 지역에서 있었던 ‘거주지 이전 전학’을 전부 조사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학부모는 “최근 드러났던 사건을 보면 천안 지역 학교는 학교 폭력 문제가 비화되자마자 일단 피하고 은폐하기 급급하다. 학교는 학생이 고학년이면 6학년이 돼서 졸업할 때까지 은폐하거나 학폭위를 열어 ‘학교 폭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피해 본 학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학부모끼리 뭉쳐 가해 학생을 ‘거주지 이전 전학’으로 일을 해결하게 된다. 내가 아는 것만 2건이다. 이건 훈육을 떠넘기기밖에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학교 교장은 이 사태에 대해 “몸이 아파 답변하기 힘들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천안교육지원청 전경. 사진=천안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