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의 외야석. 잔디밭 위에서 자유롭게 경기를 볼 수 있다.
[일요신문] 국내 최대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가 흥행 열기를 더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구단을 기준으로 팀당 62경기를 치른 13일 현재 프로야구 10구단은 관중 365만 8712명을 끌어 모았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다인 약 830만 명이 몰린 지난해 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상승하며 관중 증대와 향상된 팬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야구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이 사용하고 있는 각 구장의 특징을 돌아봤다.
# 진화하는 야구장
스탠드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야구를 보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다양한 음식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객석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3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가 쌓이는 동시에 야구장도 점차 노후화됐다. 그렇지만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는 야구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야구장 개보수 공사가 틈틈이 이뤄졌고 최근엔 ‘야구장 신축붐’도 일고 있다.
야구장이 새 단장을 하거나 신축이 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석’도 인기를 끌고 있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각 구단은 특별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놓고 야구를 볼 수 있는 ‘테이블석’은 이제 야구장의 기본이 됐다. 팬들의 수요에 맞춰 야구장은 피크닉용 테이블을 설치하고 나무 데크를 깔기도 한다. 이처럼 단순히 야구를 보는 것 외에도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팬들이 늘어나며 예매가 몰려 주말 경기나 인기팀 간의 경기에서는 특별석 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의 바비큐존.
‘야구장의 진화’의 선두에 섰던 구단은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인천 SK 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SK 와이번스다. SK는 지난 2007년부터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하며 야구장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2002년에 개장된 비교적 신식 야구장이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일찍부터 제공할 수 있는 유리함도 있었다. 인천 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에 내리자마자 팬에 대한 배려를 발견할 수 있다. SK 구단은 종합운동장인 주경기장, 수영장 등이 함께 몰려있어 야구장을 찾아가기 어려워할 수 있는 팬들을 위해 1루, 3루, 외야 등 각 출입구 별로 다른 색상의 띠를 바닥에 그려 놨다.
문학구장에는 외야 일부에 좌석을 없애고 잔디를 깔았다. 이곳에서는 관중들이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쳐놓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 같은 형태가 인기를 끌자 포항, 대구, 광주, 울산 야구장도 ‘돗자리 관중석’을 도입했다. 일반석 9000원과 비교해 단 1000원만 더 내면 잔디가 깔린 공원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주말 가격은 1만 2000원이다.
삼겹살 냄새는 문학구장만의 특색이다. 과거 일부 지역의 야구 관람 문화 중 하나인 계단이나 통로에서 삼겹살을 굽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크기의 좌석과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바비큐에 필요한 도구를 대여해준다. 4인부터 8인용 테이블이 있고 가격은 평일 기준 1인당 2만원 정도다. 1만 원을 내고 전기 불판을 빌리면 집게, 가위, 나무 젓가락, 접시도 제공된다. 지난 13일 문학구장 ‘바비큐존’에서 삼겹살과 야구 경기를 동시에 즐기던 홍 아무개 씨(32)는 “바비큐존에 종종 온다. 친구들과 올 때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올 때도 있다”며 “야구장에 오면 식사시간을 놓치게 되는데 이 자리에선 두 가지를 다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바비큐존은 문학구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좌석이다. 특히 주말경기는 예매가 필수적이다. 바비큐존 이외에도 문학구장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키즈카페, 장미로 둘러싸인 커플존(평일 2인 3만 원, 주말 3만 5000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각각 2014년과 2016년 개장한 최신식 구장이다. 이 구장들은 기존 야구장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야구장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스카이박스의 테라스에 놓인 자동차 시트. 사진=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또한 스카이박스의 테라스에는 일반 좌석이 아닌 자동차 시트가 설치돼 있다. 스카이박스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방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경기장 쪽으로 난 테라스에 앉아 경기도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방 크기에 따라 가격이 50만 원(최대 10인), 80만 원(14인), 100만 원(18인)으로 나뉘는 프리미엄석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매가 가능한 다른 객석과 달리 스카이박스는 별도의 예약 전화가 필요하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외부 조명.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라이온즈 파크에서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수제맥주 펍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펍의 옥상에 위치한 객석(1만 5000원)으로 가면 수제 맥주 1잔이 무료로 제공되기도 한다.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고척 스카이돔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돔구장이다. 그간 국내 야구계의 염원이던 돔구장이 건설되며 지난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개최하게 됐다. 아직 야구를 하기에 날씨가 추운 3월임에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돔구장 덕이다.
돔구장이기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도 있다. 고척돔에서는 타구가 안타지역 천장에 맞고 야수에게 잡히면 아웃, 떨어지면 인정 2루타가 된다. 공이 천장 구조물에 끼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인정 2루타다. 지난 5월 25일에는 NC 모창민의 타구가 천장 구조물을 타고 굴러 파울 지역 그물망 위로 떨어졌다. 당시 심판진은 인정 2루타를 선언했다.
고척돔의 자랑거리는 포수 뒤 그물망인 백스톱 너머로 설치된 프리미엄석이다. ‘로얄 다이아몬드 클럽’으로 불리는 이곳은 일반 관람석과 달리 좌석 간격이 넓고 영화관과 유사한 푹신한 의자가 설치돼 있다. 포수 뒤쪽에 위치한 만큼 경기 상황은 물론 더그아웃 안까지 볼 수 있는 등 탁월한 시야를 자랑하기도 한다. 프리미엄석인 만큼 가격은 주중 5만 5000원, 주말 8만 5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내야 응원단 앞쪽 자리는 주중 1만 5000원, 주말 2만 2000원이다. 건설비용이 많이 든 돔구장이라고 해서 일반석 가격이 다른 구장보다 비싼 것은 아니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한밭야구장)에는 관중석에 집이 지어져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한화 구단은 외야 우측에 집의 형태를 띤 ‘홈클라우드존’을 설치했다. 건축 자재를 다루는 모기업 특성을 살려 한화 제품을 체험해보고 야구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트인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정원과 같은 느낌을 주는 1층은 4인 기준 주중 7만 2000원, 주말 8만 원이다. 가정집을 옮겨 놓은 듯한 2층은 12인실로 1인당 5만 원이다.
NC 다이노스가 홈경기를 치르는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는 조금이나마 프로야구 선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NC가 운영하는 다이노스버스시트석은 일반 좌석 대신 선수들이 타고 이동하는 버스의 시트가 설치돼 있다. 또한 다이노스매트리스석은 팀의 상징 색깔인 푸른색 매트리스에 누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NC는 경기 중요도나 어린이날, 주말경기 등 특별한 날에 따라 입장료를 3단계로 나눠 책정하고 있다. 이에 버스시트석과 매트리스석은 단계별로 5만 원, 4만 2000원, 3만 6000원이다.
# 스타마케팅으로 팬 모으는 야구장
야구장에서는 특정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직구장에는 올해 홈 개막전과 첫 주말 홈경기에서 1루 가까운 객석을 대상으로 이대호 응원존이 특별 운영됐다. 응원존에 입장하는 팬들에게 이대호 티셔츠와 응원타월을 배포하고 이대호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지난 5월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의 응원존도 특별 운영됐다.
사직구장에는 ‘부산 야구 전설’ 최동원 동상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온라인상에서 사직구장 광장에 위치한 최동원의 동상을 홀로 찾아 어루만지는 여성의 모습이 포착된 사진에 관심이 쏠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최동원의 어머니로 밝혀져 더 큰 화제를 낳았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판매되는 ‘힐만 스테이크 버거’ 광고.
또한 대구구장에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수 울타리존’을 신설하기도 했다. 경기 전 김한수 삼성 감독과 하이파이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만 운영되며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점차 다양해지는 야구장 내 서비스와 특별석 등에 대해 SK 구단 관계자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특별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구단도 매시즌 특별석을 늘리고 있다”며 “문학구장의 바비큐존 등 일부 특별석은 가장 먼저 예매 티켓이 매진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특별석은 구단의 수익 창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SK 관계자는 “팬서비스 차원도 있지만 당연히 구단도 수익을 늘려야 하기에 특별석을 운영한다”며 “프로야구 구단들이 ‘객단가(공짜나 할인 티켓을 제외한 관중 1인당 입장료의 가치)’를 주요 지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높이려고 특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