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요신문>은 송 후보자가 사건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편지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내부 고발 편지에는 계룡대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부 고발자는 송 후보자와 직접 독대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후보자가 계룡대 사건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계룡대 사건은 2006년 해군본부 물자계획과에 근무하고 있던 김영수 소령 폭로로 시작됐다. 계룡대 근로지원단 관계자들이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 특혜를 주고 각종 사무기기를 비싸게 납품받는 방식으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해군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별 성과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송 후보자는 2006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해군참모총장으로 근무한 뒤 전역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6월 1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후보자는 해군참모총장 재임 중 계룡대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바가 없고 전역 후 언론보도를 통해 그 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후보자는 지난 6월 12일에도 한 기자가 계룡대 사건을 보고 받고도 묵살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해군부대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뒤 “해군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가) 척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자신이) 전역한 후에 무슨 일들이 자꾸 터지고 그랬다”면서 전역 이후에 연루자들이 처벌되면서 계룡대 사건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소령은 2006년부터 계룡대 사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송 후보자 전역 후인 2009년 언론을 통해 사건을 폭로했다. 언론보도 이후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꾸려졌고 계룡대 사건과 관련해 31명이 처벌을 받았다. 송 후보자는 그때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계룡대 사건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계룡대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김 전 소령은 송 후보자 답변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소령은 지난 2007년 2월 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송 후보자에게 편지를 전달했다고 했다. 송 후보자가 읽어보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편지를 보낸 후 송 후보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송 후보자와 총장실에서 직접 만나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전 소령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면서도 “계룡대 사건에 대해 송 후보자가 알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전 소령은 “저만 계룡대 사건에 대해 보고한 것이 아니고 국방부 조사본부나 해군본부 헌병단 등에서도 보고를 했다. 송 후보자가 계룡대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 가능한 것만 따져 봐도 3번이다. 언제 보고가 된 것인지 정확한 날짜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해군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계룡대 사건 수사결과가 2007년 8월 참모총장에게 보고됐다고 적혀 있다.
송 후보자가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해군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서도 김 전 소령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대한민국 국군 소속 3군 본부에 대한 근무 지원, 시설, 운송 지원 등을 위해 창설된 특수목적부대로 국방부 직할부대다.
김 전 소령은 “계룡대 사건이 해군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송 후보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해군 비품 같은 경우에는 해군본부 경리과에서 계약을 한다. 계약 과정에서 부정이 생긴 거니까 해군본부 사건이 맞다”고 말했다.
김 전 소령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룡대에) 부임한 지 채 한 달이 안됐는데 납품비리 정황들이 눈에 띄었다”면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어설픈 비리장부였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수년간 비리를 밝혀내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얘기다.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송 후보자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그러나 김 전 소령은 보고 후 송 후보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가 주관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 국방부 특별조사단 수사 발표에 따르면 해군이 수사를 방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특별조사단은 “김영수 소령이 공개적으로 계룡대 납품비리 의혹을 폭로했을 때 6차례에 걸쳐 수사했으나 단기간에 수사를 종결하고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군 법무실장 김 모 대령과 경리담당 군무원 이 모 서기관, 경리병과장 오 모 대령 등이 납품비리 수사를 방해했다”고 발표했다.
또 해군본부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참모차장 주관으로 법무실장, 헌병단장, 보급병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4회에 걸쳐 대책회의도 했다. 이들은 1차 회의에서는 언론의 보도 자제를 요청하자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2, 3차 회의에서는 해군본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곤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4차 회의에서는 납품비리로 인한 국고손실액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해군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송 후보자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들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송 후보자 측은 “벌써 10년 전 일이라 후보자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현재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있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청문회 기간에 모두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다음은 지난 2007년 2월 송 후보자에게 전달된 내부 고발 편지 전문이다. 참모총장 님께 필승! 저는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물자처 물자계획과에 근무하는 김영수 소령입니다. 불철주야 고뇌와 헌신으로 해군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시는 참모총장님께 감히 이러한 이메일을 발송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절차상으로도 절대 정당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바람직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제가 받게 될 엄청난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가 감히 참모총장님께 청하는 것은 진실과 정의입니다. 저는 ’06년 2.8~9.28일까지 계룡대근무지원단 군수처 근무지원과장으로 근무하였으며, 근무 기간중 군수처장(육군 병참중령 김○○), 관리처장(해군 경리중령 한△△)으로부터 비품(가구류)구입과 관련 특정업체에 고단가 수의계약토록 관련업무 처리를 지시받았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최하위 근무평정과 인사조치 등의 처분을 받고 작년 9.29일부로 해군본부 물자처에 인사되었으며, 현재 비편성직위에서 행정병의 자리를 잠시 빌려 한시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계근단 근무지원과장은 해/공군본부 및 계근단(각 군 지원부, 독신자 숙소 등)에 필요한 비품류 구매지원을 주 업무로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입니다. ’06년 계근단 근무시 과거 3년간의 구매/계약 자료를 D/B化하여 검토한 결과 적정가격 대비 약 2배까지의 단가로 저품질의 비품을 특정업체에 계속적으로 수의계약을 함으로써 상당한 금액(약 10억원 이상)의 예산낭비와 업무처리 과정상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들의 자료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이를 시정키 위해 단가를 현실에 맞게 대폭 하향조정(기존 구매가격의 약 60% 수준) 및 조달청을 통한 구매(G2B)를 도입하는 등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재구축하여, 실현코자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은 이러한 사실들을 “반부패 다짐서”, “청렴서약서” 등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지휘보고를 하였으나 오히려 제가 큰 잘못을 한 것으로 처리되었으며, 정식 수사요청 사항에 대해서도 진실 보다는 “없었던 일”로 처리됨에 따라 상급기관인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 요청(’06.8.29) 하였으나 구매/계약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도 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수사요청 취소를 종용하였습니다. 검찰/수사기관 등 감찰기관의 본연의 임무는 부조리를 예방하고 엄정한 법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저의 상식이 현실의 이해관계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 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은 해본 관련부서에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참모총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개혁이 이러한 작은 일의 실천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러한 실천을 하게 되었으며, 또한 “모난돌이 되라”는 말씀은 현실의 부조리와 타협하지 말고 어렵지만 옳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며 만약 총장님의 말씀대로 현실에서 적극 행(行) 한다면 그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평정/인사와 관련한 피해가 아니라, 제가 “어리석고 죄를 지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장교로 취급받는 것입니다. 제가 참모총장님께 진심으로 청하는 바는 모든 현실적인 관계를 떠나서 가끔은 우리 조직도 진실이 진실이 되고, 정의가 정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한 과거처럼 상급자의 불법적인 지시에 대해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러한 지시를 받은 당사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피해자가 됩니다. 실천을 한다는 것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고, 거부한다는 것은 저의 경우처럼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것입니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이러한 상황을 상급자가 만들지 않는 길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조직(軍)내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조직의 기강을 흐린 인물이 되면서까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다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 제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 및 대안입니다. 해군의 역사를 새로이 창조하시는 참모총장님의 바쁘신 일과에 감히 저의 개인적인 소소한 사연을 올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크고,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총장님께서 취임하신 이례로 한결같이 말씀하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실무자 차원에서 혁신한다는 것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특히,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항은 그 실현 과정에서 실천자의 의지가 무참히 짓밟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 몫이며 어떠한 처분도 기꺼이 감당하겠으며 저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합니다. 필 승 ! 2007년 2월 6일 군수참모부 물자처 김영수 소령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