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5일 한국복합물류 부곡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9시간 30여 분 만에 진화된 이날 화재로 전체면적 3만 8000여㎡ 5층짜리 복합물류터미널 1층 냉동·냉장 창고 등 8100여㎡를 태워 소방당국 추산 3억 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당국이 광역 1호를 발령하고 소방관 200여 명과 장비 60여 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서는 등 큰 화재였다.
화재로 한복 건물의 임차인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들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 피해보다 사고 책임 등 사후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복 측이 피해보상엔 침묵하고 임대료 납입을 독촉하는 등 의무는 회피하고 권리만을 주장하고 있어 임차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임차인 대부분은 중소업체로 화재사고 발생에 따른 작업장 사용 중단 및 대체 보관장소 이동 등 최악의 작업환경에 놓였다. 이로 인해 업무 지연과 신뢰도 추락으로 기존 거래처마저 끊기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이전 작업 및 피해 화물 보수작업 등에 따른 막대한 비용 지불까지 겹쳐 현재 도산 위기에 빠진 업체들도 상당수다.
임차인들에 따르면, 화재사고 발생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한복으로부터 책임소재, 보상기준 등 사고처리 진행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에 임차인들은 2015년 2월 화재사고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통해 한복 측에 손해배상청구 관련 입장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한복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16일 한복은 가지급 합의서를 임차인들에게 요구했다. 한복의 이 같은 행동은 임차인들의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자금의 용도가 아닌 당사에 대한 미수채권 확보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임차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사고처리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한복이 CJ대한통운의 자회사인 만큼 성의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이란 기대로 한복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국복합물류 부곡터미널 화재 모습. 사진제공=군포소방서
이후 한복 측은 임차인들에게 임대료 납입 독촉 공문을 보냈다. 화재 피해로 고통받던 중소업체들의 입장은 철저히 외면하고 임대료 이득만 챙기려 한 것이다. 당연히 피해보상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눈치만 보던 임차인들은 “한복이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저질렀다”고 분개하면서 “화재사고 피해에 대한 명확한 사고처리 방안과 보상기준 등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 및 조속한 합의에 나서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임차인들은 2015년 6월 한복과 화재보험을 담당했던 삼성화재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가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소송전은 2년여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부 소송은 변론기일마저 결정되지 않은 채 법원에 계류 중이다. 소송이 장기전으로 돌입하자 영세한 임차인들은 점점 치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복 측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본사인 CJ대한통운 법무팀이 관여하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한복의 경우, 계열사는 맞지만 엄연히 말해 CJ대한통운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자사 법무팀이 대응에 나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공방 중인 사건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긴 힘들다”면서도 “건물소실에 의한 한정된 보험금을 받았을 뿐”이라며 화재 보상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특히, 임차인에 대한 보상 및 임차료 독촉에 대해선 “영세한 임차인 사정은 알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따로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임차인 A 씨는 “희망을 갖고 물류 사업에 나섰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와 소송전으로 현재 절망인 상태”라며 “화마보다 대기업의 횡포가 더 무섭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편 한국복합물류는 CJ그룹의 계열사로 CJ대한통운이 모회사다. CJ대한통운은 그룹내 계열사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글로벌 M&A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광복절 사면 이후 경영일선에 복귀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 역시 CJ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며, CJ대한통운의 물류사업 투자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이재현 회장의 남다른 물류 사랑 “아낌없이 팍팍”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물류 애정은 남다르다. 지난 2년간 CJ대한통운의 투자액이 이를 반증한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CJ그룹 계열 10개사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2829억 원으로 지난 2015년 대비 22.5%(518억 원)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유형자산의 경우 2015년 대비 455.0%(480억 원) 증가한 586억 원, 무형자산 취득액은 전년 대비 807.4%(97억 원) 증가한 110억 원 등 695억 원으로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기업 로킨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는 말레이시아 2위 물류기업 센추리 로지스틱스를 사들였다. 올해에도 그 여세를 몰아 4월 인도 물류기업 다슬과 중동의 프로젝트 물류기업 이브라콤 인수에도 성공했다. 현재 필리핀 1위 택배업체 제마뎁 인수를 추진 중이다. 계열사 중 가장 다양한 국가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와 함께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며 “2020년까지는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을 3대 축으로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 회장은 올해 인수합병(M&A)을 포함 3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물류의 경우 2020년 글로벌 ‘톱5’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미국과 유럽까지 아우르는 대형 M&A도 준비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2012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두 배가 넘는 주가를 파격 제시해 대한통운을 손에 넣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30대 그룹 중 CJ는 가장 많은 M&A를 성사시켰다. 그 중심엔 CJ대한통운과 이 회장의 각별한 물류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