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유진룡 전 장관(왼쪽)과 유영하 변호사가 노태강 전 국장 좌천 관련 설전을 벌였다.
이날도 유 전 장관은 한때 자신의 임명권자였던 박 전 대통령 인사 전횡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법정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변명하기로는 노태강 국장이 많은 문제가 있던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 사람은 저희 부에서 상위자나 하위자 모든 다면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표적 감찰을 벌여 노 차관을 좌천시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와 감정 섞인 공방을 주고받았다. 유 전 장관은 계속되는 유 변호사 질문에 “질문을 자세히 해 달라. 그걸(질문지) 줘 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 변호사는 “뭘 주세요. 주기는. 듣고 얘기하면 되잖아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이 “지금 큰소리치는 거예요?”라고 대응하자 다시 유 변호사는 “반말하지 마시라고요”라고 쏘아붙였다. 이를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이 잠시 웃음을 짓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특히 둘은 ‘바둑판’을 두고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유 변호사는 “(특별감찰 결과) 노태강 국장 사무실에서 유명한 바둑계 인사의 사인이 들어간 바둑판이 나왔다”며 부적절한 뇌물을 받아 인사조치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노 국장은 바둑을 못 둔다. 이를 발견하고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 밤에 공무원 책상 서랍을 뒤지는 건 유신 시대에서나 있는 일이다.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감찰했다는 건 문제”라고 했다. 다시 유 변호사는 “바둑을 두지 않는 것과 바둑판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맞받았다.
노 차관 사무실에서 발견된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확한 가격이 밝혀지진 않았다. 시중에서 비자나무 바둑판은 수십만~수천만 원대까지 천차만별 가격으로 팔린다. 지난 2009년 세간에서 화제를 모았던 윤기현 9단과 고 김영성 9단 유족 간에 벌어졌던 이른바 ‘바둑판 소송’도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바둑판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특검 수사 때도 노 차관 바둑판이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수사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가격을 감정하진 않았다고 한다. 특검의 한 전직 관계자는 “(바둑판이)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노 차관 사무실에서 발견된 바둑판은 유명 프로기사 사인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희소성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다. 그 기사의 사인이 적혀 있는 바둑판은 쉽게 구할 수 있어 단지 사인만으로 가격이 뛰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 차관 측은 “법정에서의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과 다를 것은 없다”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