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전자사업을 영위하는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매각설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냉장고·세탁기 등 전자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2013년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동부대우전자는 김준기 회장의 오랜 꿈인 ‘종합전자회사’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동부대우전자 인수 금액은 2700억 원 수준으로 당시 자금 여력이 부족했던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사재를 비롯해 동부하이텍 등 전자계열사가 1400억 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300억 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조달했다. 현재 동부대우전자는 동부 측이 54.2%, FI가 45.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동부가 무리하게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한 데 기인한다. 인수자금이 부족했던 동부는 다소 불리하고 부담스러운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FI(KTB PE, SBI PE 등)와 재무약정을 맺었다. IB업계에 따르면 인수할 당시 FI와 맺은 재무약정에는 동부대우전자가 2015년 이후 순자산을 1800억 원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2018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완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조항들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FI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지분매각 시 대주주 지분도 함께 매각할 수 있어 사실상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것)을 행사할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 인수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종합전자회사로 도약’이라는 비전과 함께 ‘2017년까지 매출액 5조 원, 영업이익 3000억 원 달성’의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2016년 동부대우전자의 매출은 1조 원을 넘어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 수출은 2015년에 비해 도리어 2% 감소했다. 이익은커녕 오히려 당기순손실의 폭이 2014년 29억 원, 2015년 203억 원, 2016년 23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늘어났다.
동부대우전자는 재무적투자자들과 약속한 바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동부대우전자의 자본총계는 1630억 원 수준이다. 당초 맺었던 재무약정을 지키기 어려워지자 동부대우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와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부터 FI 대신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는 데 돌입했다. FI는 단기간에 특정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를 집행한다면 SI는 동종 기업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
동부대우전자로서는 경영 정상화와 사업 안정화를 꾀할 시간을 벌어줄 SI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가전업체인 오크마가 가장 적합한 투자 후보군 물망에 올랐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SI는 당장 수익성보다 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부대우전자의 중남미 시장 네트워크나 기술력, 영업 전략을 보고 오크마가 기업 간 시너지를 고려해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기 회장의 종합전자회사로의 꿈이 좌초될 지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오크마와 협상을 진행해오던 동부대우전자는 오크마의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5월 말까지 다른 투자자를 찾아오겠다고 FI와 합의했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와 오크마의 협상이 장기화되고, 약속 기한인 5월 말까지 투자유치가 가시화되지 않자 FI들은 동부대우전자의 지분 매각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B PE 관계자는 “계약의 세부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며 “하지만 조항에 드래그얼롱 옵션이 있어 큰 틀에서 지분매각을 통한 엑시트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FI들은 매각 절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경영권 매각만큼은 막고자 국내외 투자자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동부그룹의 반도체·전자 열정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가 매물로 나와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반도체 때문에 동부그룹이 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도체를 포기할 필요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기존 FI를 교체할 투자자 찾기에 필사적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재무약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회장님을 비롯해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동부그룹이 전자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재무 부담을 줄여줄 투자자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 FI보다 동부대우전자에 유리한 조건을 주며 투자할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동부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렇지만 동부 측에서 얼마나 좋은 조건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협의해 오던 투자자가 있지만 협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그룹으로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