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전경련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민간경제외교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전경련은 자체적으로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미국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서밋’에 참여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대한항공, 효성USA, 포스코아메리카, 삼양 등이다.
일본과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5월 22일 ‘한·일 제3국 시장 공동진출’ 세미나를 열었다. 오는 7월에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하고 9월에는 한·중 재계회의를 통해 허 회장과 왕쫑위 중국기업인연합회장을 포함한 중국 기업인들을 만난다. 재계 일부에서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는 까닭 중 하나는 전경련의 이 같은 해외 네트워크를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은 최근 민간경제외교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전경련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그렇지만 이미 삼성, 현대차, SK, LG, 4대기업뿐 아니라 포스코, KT 등 주요 대기업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탈퇴하지 않은 기업들도 최근 전경련과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 소속 대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경련에서 어떤 요청이 들어오면 회원사로서 할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전경련이 뭔가 요청하는 것도 없고 별다른 교류도 없다”며 “현 시점에서 전경련이 나서면 마이너스만 될 것 같아 당분간 조용히 있는 게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서밋에 참여한 대기업 관계자도 “우리가 전경련의 초청을 받아 인사를 파견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인사가 정·재계 인맥을 넓히는 차원에서 참석했고 전경련이 나중에 참석자를 정리하면서 발표한 명단에 포함돼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이 전경련의 위상을 회복시키려면 재계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적지 않다. 실제 전경련은 지난 대선 직후 논평을 통해 “전경련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경제계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해체에 강경한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대한상의가 주요 기업을 직접 추천하는 한편 전경련도 10여 곳의 기업 혹은 단체를 대한상의에 추천한다. 따라서 당장 전경련이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전경련에 특별히 요청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중앙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대부분 경제단체에 요청했고 대한상의의 의지보다 정부의 뜻에 따라 각 단체에 추천을 요청한 것”이라며 “심의위원회를 열어 대한상의가 직접 추천한 기업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가 추천한 기업을 한 테이블에 놓고 사절단 명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전경련은 이번 경제사절단에 허 회장을 추천했다. 앞의 경제단체 관계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겸 GS그룹 회장으로 신청돼 있다”며 “심의위원회가 사절단 참여 기관에 전경련을 포함시키지 않고 GS그룹만 포함하면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름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이 추천했기에 GS그룹 차원에서는 추천하지 않았다”며 “사절단에 전경련이 빠지고 GS만 포함되면 허 회장이 참여할지 다른 누군가 참여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업종별 대표와 전문가, 학자들을 중심으로 심의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사절단에 참여할 기업 및 경제단체 약 50곳을 구성한다. 심의위원회가 전경련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업계에서도 전경련에 선을 긋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사절단에 참여해도 상징적 의미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며 “기업을 추천한 것 이외에 이번 순방에서 전경련에 주어진 역할도 따로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회비 끊기고 임대료 수입도 줄고…전경련 수익 문제 고민 전경련은 최근 수익 문제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전경련의 수익은 주로 회원사들의 회비와 전경련회관 사무실의 임대료로 구성된다. 하지만 최근 주요 회원사들이 전경련을 탈퇴해 회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임대료마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전경련회관에서 13개 층을 사용하는 LG CNS는 내년 초까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사무실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회관에서 로비 등을 제외하고 임대 가능한 층은 40개 층이다. LG CNS가 떠나면서 전경련이 돌려줘야 할 보증금도 2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 관계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LG 계열사가 모두 모여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취지로 만든 곳이고 LG CNS도 거기 동참하는 것”이라며 “전경련과 입주 계약도 그 시기에 끝나서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전경련회관 완공 초기 비싼 임대료 탓에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 한동안 공실률이 높았던 점을 떠올리면 LG CNS가 나간 후 빈 자리에 들어설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GS그룹은 이미 서울 논현동 GS타워에 둥지를 트고 있다. 전경련 소속 대기업인 한화나 롯데 등도 사옥을 놔두고 전경련으로 사무실을 이전할 리 없다. 전경련은 2014년 전경련회관 신축에 220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졌다. NICE평가정보 재무제표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말 전경련의 부채비율은 1442%에 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입주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물망에 오르는 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