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장이근 선수는 국내 대회 최종라운드에 출전할 때마다 ‘명동충무김밥’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착용한다. 명동충무김밥은 그의 부친 장오천 씨가 지난 198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골프협회
많은 골프 전문가들은 한국 프로골프의 새로운 유망주로 장이근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 한국 남자선수들 중 나이가 어린 편(1993년 12월생)에 속한 데다, 아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PGA투어 진출이 여의치 않았던 장이근 선수는 PGA차이나투어에 이어 원아시아투어와 아시아프로골프(A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고, 지난 4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잉더 헤리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한국오픈에는 원아시아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했고, 연장 접전 끝에 3억 원의 우승상금과 5년 한국프로골프투어 시드권, 디오픈 출전권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장이근 선수와 함께 ‘명동충무김밥’이 골프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이근 선수는 한국오픈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공동 2위로 출전한 최종라운드에서는 명동충무김밥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착용했다.
명동충무김밥은 그의 부친인 장오천 씨(62)가 지난 1983년부터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 이름이다. 무명이었던 장이근 선수는 생애 첫 우승과 함께 부친이 운영하는 식당을 골프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장이근 선수는 우승 소감을 발표하면서 “아버지가 명동에서 충무김밥 식당을 하신다”며 “원래 테일러메이드 모자를 썼는데 아버지가 우승하자 모자를 가지고 와서 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오픈 우승자 장이근 선수와 그의 부친 장오천 씨. 사진=한국프로골프협회
장이근 선수가 한국오픈 최종라운드에서만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착용한 게 아니다. 지난 5월 7일 제36회 GS칼텍스 매경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그는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썼다. 올 시즌 그가 출전한 국내 대회는 매경오픈, 한국오픈, 데상트 매치플레이가 유일하다.
장이근 선수의 친형인 장재근 선수(KPGA 투어프로)는 16일 ‘비즈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오픈 우승을 예상하고 착용했던 게 아니다. 국내 대회 마지막 라운드 때마다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착용해왔다”며 “지난주 대회인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32강에서 탈락해 착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장 선수가 한국오픈 우승으로 명동충무김밥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식당 매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충무김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워낙 장사가 잘되는 유명 맛집이다 보니 한국오픈 이후 손님이 늘었는지 실감하지 못하겠다”며 “팬이라고 찾아온 손님도 없었다. 한국오픈 전후 매출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명이었던 장이근 선수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그동안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착용해왔다. 이번 한국오픈 우승으로 이름이 알려지자 메인스폰서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장이근 선수는 후원 계약을 체결할 기업을 고심 중이다. 사진=한국프로골프협회
한편 장이근 선수는 한국오픈 우승 이후 메인스폰서 계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나, 계약을 체결한 기업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투어와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 참가로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라 고심 중이라는 게 형 장재근 선수의 설명이다.
그는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3라운드까지는 장비 후원을 해주는 테일러메이드 모자를,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착용할 계획”이라면서 “원아시아투어와 아시아프로골프투어에서는 테일러메이드 모자만 착용한다. 명동충무김밥 홍보 효과가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이근 선수 이외에도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장비 후원사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착용하는 선수가 있다. 지난주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랭킹 3위에 오른 김승혁 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그도 장이근 선수와 마찬가지로 테일러메이드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김승혁 선수는 지난 1월 SBS 인터뷰에서 “2014년 한창 잘나갈 때도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있겠느냐”며 “성적도 안 좋고 국내 경기도 좋지 않으니 더 열심히 해서 기업들이 서로 후원하겠다고 탐낼 만한 선수가 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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