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열린 ‘제10회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서 한일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였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국회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이번 대회가 경색된 양국 관계에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면서 “양국 팀원들은 나이를 생각해서 무리하지 말고 좋은 친구 만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팀에선 이철희 의원이 골문을 지켰다. 김성원 김명연 김영진 정유섭 의원이 수비수, 조배숙 김종훈 위성곤 의원이 미드필더를 맡았다. 송석준 이우현 황영철 김학용 의원은 공격수로 나섰다. 이들은 시합 전 필승의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한국의 골문은 쉽게 열렸다. 심판 휘슬 소리로 경기가 시작된 지 1분여 만에 일본 측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공간을 파고든 이시카와 아키마사 자민당 중의원은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한국 측은 반격에 나섰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축구연맹 회장이기도 한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발군의 스피드와 공격력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해설위원들은 김학용 의원의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상당히 좋다고 평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도 큰 키를 앞세어 상대편 골문을 위협했다.
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열린 ‘제10회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서 한일 의원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그러나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관중석에선 한국 팀 골이 불발될 때마다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 팀 골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슛” 소리가 관중석 곳곳에서 계속 나왔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양 팀 미드필더로 나선 선수들의 몸싸움도 거칠어졌다. 해설위원들이 “친선 대회이기 때문에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할 정도였다. 헤딩 경합을 벌이는 도중 상대방과 부딪힌 김현권 민주당 의원이 들것이 실려 나가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일본은 전반 29분 골을 추가했다. 볼 경합 중 흘러나온 공을 차분하게 인사이드로 밀어 넣었다. 전반전 내내 골 점유율은 한국 팀이 우세했지만 골 결정력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 측 골키퍼의 선방도 눈부셨다. 결국 2골을 일본 팀에 내준 채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전반전이 끝나고 양 팀은 벤치에서 서로 작전 지시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김학용 의원이 ‘작전 타임’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후반 들어 한국 팀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12분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였지만 또다시 골키퍼에 막혔다.
계속된 불운에 이대로 경기가 끝나가나 싶을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김명연 한국당 의원이 오른쪽에서 넘어온 볼을 받아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침착하게 슈팅, 골로 연결했다. 덕분에 영패는 면했다. 이날 패했지만 한국 팀은 총전적에서 6승 1무 3패로 앞섰다.
경기가 끝난 뒤 양국 의원들은 상대 선수들과 악수하며 활짝 웃었다. 시상식에선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최우수상을, 송석준 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김명연 의원이 각각 우수상과 수비상을 받았다. 페어플레이상과 인기상은 이철희 민주당 의원과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이 거머쥐었다.
극적인 만회 골을 넣은 김명연 의원은 “수비수라서 경기 내내 공격을 할 기회가 없었다. ‘이리 지나’ ‘저리 지나’라는 생각도 들고, 막판에 시간이 다 돼서 답답해서 공격을 하게 됐다”며 겸연쩍어했다. 김 의원은 “그래도 졌는데 뭘…”이라며 한일전에서 패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