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이 사라진 지 1년 2개월이 흘렀다. 소라넷은 불법 음란물이 공개 게시됐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 원조교제가 이뤄지던 사이버공간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소라넷을 운영한 윤 아무개 씨 등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소라넷의 핵심서버는 네덜란드와의 공조 수사를 통해 폐쇄됐다. 이후 소라넷과 유사한 사이트가 여럿 개설됐지만 규제가 강화됐다.
소라넷은 법에 저촉돼 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소라넷처럼 성매매 등 성범죄가 드러나고 있는 채팅앱에 대해서는 수사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 경찰들은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 남성, 알선책 등을 성매매 및 알선 혐의로 검거하고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성매매를 위해 접속하는 채팅앱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들 역시 성매매 수사를 위해 이 앱에 의존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채팅앱은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가입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고 아동, 청소년 성매매를 규제하는 청소년성보호법 등의 법망도 빠져나가고 있었다. 채팅앱은 소라넷 등 온라인 사이트와 달리 회원 가입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나이를 20세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미성년자가 앱을 다운받아 20세로 설정하고 이용한다면 향후에 성매매가 적발되더라도 미성년자가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다. 성별 역시 검증 절차 없이 등록할 수 있어 대다수 알선책들은 여성으로 성별을 등록하고 성매수 남성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성매매뿐만 아니라 몸캠피싱과 각종 사기로 인한 금전적 피해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앱을 종료하면 모든 대화 내역이 소멸되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도 난항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화면을 캡처하면 되지만 이런 채팅앱의 경우에는 화면 캡처를 막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앱 상에서 증거가 될 만한 대화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해당 휴대폰 화면을 찍어야 한다”며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채팅앱이 문제가 많더라도 단속을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채팅앱의 사용 목적이 사교 및 데이트를 목적으로 하는 채팅이기 때문에 성매매 등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고 증거가 없으면 수사가 이뤄지기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직접 앱을 다운받아 성매매 관련 가해자들과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접근하는 수사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이렇게 성매수 남성 등을 검거하더라도 성매매 알선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채팅앱을 단속하지 못한다면 성매매 단속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를 유인하는 채팅앱 운영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했다. 이는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전국 247개 여성·청소년단체와 채팅앱 피해자들이 운영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경찰에 수사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단체들은 운영자들을 성매매 알선 등으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운영자들을 상대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방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법 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에 따르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서울지방청 관계자는 “업체별로 운영자가 드러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각 업체 대표를 소환해 회사 내에서 개발, 관리하고 있는 주체를 물어 진술을 듣고 있다. 업체 측에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추가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고, 검토를 충분히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보기에는 법리적 근거가 약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은 범죄라는 공익광고 문구 뒤에는 여전히 성매매를 유인하는 대화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또 경찰에 따르면 업체 7개가 이번 조사 대상으로 드러났고, 이 가운데 한 업체에서 2~3개의 채팅앱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채팅앱을 관리하는 업체들이 성매매를 유인함으로써 수익을 이중, 삼중으로 창출하고 있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한 업체가 관리하는 채팅앱 A, B, C는 하나의 공통된 채팅서버를 갖고 있어 채팅을 매칭해주고 메시지를 전송해주는 방식이 같을 뿐만 아니라 앱 이용자들이 중복된다.
결국 A를 사용하더라도 B, C와 같은 채팅서버이기 때문에 A에서의 대화가 B, C에서도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 세 개를 아예 다른 곳으로 인식하고 각각 결제를 하고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업체의 수익이 된다. 또 일부 앱은 채팅 참여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상 유저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려고 업체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