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다섯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지요. 최근에는 종이 다른 반려동물을 한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중 가장 흔한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개와 고양이는 원수지간이라 하지요. 주인의 구슬을 두고 개와 고양이가 싸웠다는 ‘견묘쟁주(犬猫爭珠)’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가정에선 개와 고양이가 별 탈 없이 조화롭게 지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많은 가정에선 둘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합니다.
개와 고양이가 한 가정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요? <일요신문i>가 몇 가지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TIP.1 둘에게 시간을 주고 인내하라!
개와 고양이가 다투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이 만난다면 종종 오해가 발생하곤 하니까요.
개와 고양이는 ‘꼬리’의 표현 자체가 다릅니다. 개는 상대에게 호감과 반가움을 표할 때 꼬리를 흔들지만, 고양이는 상대를 공격하고자 할 때 꼬리를 이리 저리 움직입니다. 고양이로서는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개를 바라볼 때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겠지요.
또한 고양이의 활동력과 개의 활동력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요. 품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의 활동력이 고양이의 그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충분히 쉬고 있는 고양이를 향해 활동력 넘치는 개가 접근할 경우 둘은 싸움에 휘말립니다.
결국 둘에게 서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명한 주인이라면 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주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싸움이 있더라도 주인은 큰일이 아니라면 ‘빠져주는 센스’도 요구됩니다. 이 시간 동안 개와 고양이는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소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적응할 것입니다.
TIP2. 되도록 어렸을 때 합사하라!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개와 고양이 역시 어려서부터 훈련에 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합사 역시 어려서부터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훨씬 쉽고 용이할 것입니다.
특히 개는 서열을 중시하는 동물입니다. 이미 다 커버린 개가 고양이와 만난다면, 자신의 서열을 세우기 위해 고양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어린 강아지들은 서열 본능이 성견 때보다 훨씬 덜하다고 합니다. 강아지가 서열 본능에 눈 뜨기 전 고양이와 합사한다면 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TIP3. 개보단 고양이를 먼저 키워라!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는 서열을 중시합니다. 또 자기 영역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개를 먼저 키운 가정에 고양이를 들여올 때 불상사가 더 많이 발생합니다. 개를 키우는 가정에서 고양이를 입양할 경우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합사를 고려하는 가정이라면, 되도록 고양이를 먼저 키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고양이는 애초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고 서열 본능도 적기 때문이지요.
TIP4. 개의 품종과 체급을 고려하라!
개와 고양이를 합사할 때 품종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개는 품종에 따라 활동력과 습성이 다양합니다. 개들 중에서도 활동력이 적고 온화한 품종들은 고양이들과 잘 어울리겠지만, 활동력이 많고 성격이 급한 품종들은 합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비글, 포인터를 비롯한 하운드(사냥개) 계열의 품종은 되도록 고양이와 합사를 피해야 합니다. 사냥개들은 개들 사이에서 사회성은 뛰어나지만, 다른 동물들을 쫓고 물고 늘어지는 본능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사냥개에 쫓겨 지붕에 올라가는 풍경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또한 개와 고양이의 체급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서열 본능이 있는 개의 체구가 고양이를 압도할 경우 불상사가 발생하곤 합니다. 되도록 서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비슷한 체급이 이상적입니다.
TIP5. 서로의 공간과 물품을 구분하라!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알 것입니다. 어린 형제들이 장난감 혹은 먹을 것을 두고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을. 이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결국 두 형제의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개와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둘의 보금자리는 꼭 구분해줘야 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첫 걸음이지요. 밥그릇과 물그릇 역시 서로의 것을 구분해줘야 다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많은 브리더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개와 고양이의 사료를 동일하게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사료와 고양이 사료는 엄연히 다릅니다. 고양이가 필요한 영양소와 개가 필요한 영양소는 당연히 다르겠지요. 사료 역시 각 종이 요구하는 영양소와 내용물을 고려하여 제조됩니다. 사료 혼육은 꼭 피해야 합니다.
FINAL TIP. 안되면 포기하라!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개와 고양이는 엄연히 다른 습성과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입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합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과감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일단 기존에 고양이 혹은 개를 키울 경우, 서로 다른 종의 새 식구를 들여올 경우 약 2주간의 유예기간을 줘야 합니다. 그 2주라는 적응기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입양을 포기하는 게 현명합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합사한다면, 그것은 개와 고양이 모두에게 불행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또 그것을 바라보는 주인 역시 불행한 길일 것입니다.
때로는 ‘이별’이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