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AI연구에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카카오 기업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스타트업캠퍼스 초대총장이 된 김범수 의장. 연합뉴스
카카오의 기업규모는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2월 2조 7680억 원이던 자산 규모는 2016년 12월 5조 4841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크게 증가해 지난해는 2014년 매출의 3배가 넘는 1조 4642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4년보다 오히려 56% 감소했다.
부채도 증가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금융부채는 9730억 원으로 2015년 2023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하며 부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외형상으로 보면 카카오의 덩치는 계속 커지고 매출도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편입된 로엔엔터테인먼트 매출 효과를 제하면 카카오가 영위하던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수익성은 부진하다. 지난 1분기 카카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443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0여 개의 구체적인 사업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음악) 매출액이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무려 30% 이상 차지한다.
카카오는 코스피 이전 상장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카카오가 ‘주가부양’과 ‘투자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는 올해 3월 임지훈 대표에게 스톡옵션(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추후 처분할 권한도 주는 것) 10만 주를 줬다. 임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가는 8만 4650원. 그런데 여기에는 ‘주가부양’ 조건이 걸려 있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와도 임 대표는 주가가 행사가의 150% 이상이 돼야만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임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하며,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코스닥보다 코스피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카카오 주가 부양을 이뤄낼지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임지훈 대표이사가 지난 4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국내 이모티콘 작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카카오 ‘이모티콘 크리에이터스 데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로 이전하면 여러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시장에서 신뢰도가 제고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유치가 코스닥보다 쉽다. 외국인·기관투자자는 코스피200지수(증시를 대표하는 종목 200개를 선정해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만든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카오가 이 지수에 편입될 것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은 “실보다 득이 크기 때문이다”며 “당장 주가상승을 장담할 순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 유치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 상장에는 다른 속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시카우였던 광고 사업이 성장 한계에 이르고, 게임·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핀테크 등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표적 O2O사업인 카카오택시(택시앱)는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며 고객 모으기에 성공했지만 무료인 탓에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카카오의 또 다른 O2O사업으로 꼽히는 헤어숍 예약과 검색을 도와주는 카카오헤어샵은 성공하지 못했으며 청소도우미 중개서비스로 계획한 카카오홈클린은 출시하기도 전에 사업을 접었다.
게임 사업의 성장 폭 역시 둔화됐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93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카카오의 게임 콘텐츠 사업은 올해 1분기 8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게임업계는 카카오의 게임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든 지 꽤 된 데다 카카오와 손잡고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중소 개발사 위주”라며 “인디 개발자들(소규모 게임 개발자)도 직접 구글과 앱스토어에 게임을 올리는 시대기 때문에 게임 사업으로 큰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가 성장동력으로 삼은 게임사업과 모빌리티 사업 등에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사업 투자는 그만큼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월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경쟁심화 기조와 빠른 시장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사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 투자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수익성 개선이 힘든 상황에 놓인 카카오로서는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코스피 상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의 외연이 확대되면 코스닥보다 더 큰 시장인 코스피로 이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카카오도 코스피 이전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유동성을 가질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로 가면 기업 입장에서 투자 유치 등 호재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주력 사업 부문의 사업성이나 수익성이 매력적이지 않은 지금의 카카오가 장기적으로 주가 부양이나 투자유치를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