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는 많은 나라들이 대마초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5월 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대마초 합법화를 위한 행진 모습. 연합뉴스
카나비스, 마리화나라고도 불리는 대마는 카나비스 사티바 엘(Cannabis sativa L)이라는 식물(풀)이다. 사실 대마의 모든 부위가 다 불법 마약류인 것은 아니다. 환각 물질인 THC 성분이 들어있는 부분(꽃봉오리, 잎사귀)을 제외한 다른 부위(씨앗, 뿌리, 줄기)는 충분히 섭취 및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마의 활성 성분인 THC다. THC는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 흡연, 증기, 음식물, 혹은 즙으로 섭취할 수 있다. THC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부위는 흰색의 꽃으로, 함유량은 보통 8~25%다. 또한 잎사귀에는 1~4% 정도 들어있다.
THC 성분 때문에 대마초를 흡입하면 술에 취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흥분 상태가 되며, 인지력은 저하되고, 식욕은 증가한다. 단기 부작용으로는 단기기억 상실, 입마름, 운동기능 저하, 눈 충혈, 편집증, 불안감 등이 있다. 장기 부작용으로는 중독 증상이 있으며, 10대 시절 피우기 시작할 경우에는 특히 정신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형태로 흡입할 경우에는 수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고, 음식으로 섭취할 경우에는 30~60분 안에 나타나며, 효과는 2~6시간 동안 지속된다.
대마초를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간질, 치매, 녹내장,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말기암 환자의 통증을 진정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의학전문지인 <네이처메디슨>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를 예방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료용 마리화나의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나라로는 캐나다, 벨기에,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미국 29개 주 등이 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15~65세의 인구 가운데 1억 2800만~2억 3200만 명이 한 번쯤은 마리화나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7%~4.9% 정도 되는 비율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2016년 기준으로 국민의 51%가 마라화나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마초의 두얼굴이다. 이처럼 의료용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지만, 기분전환용(오락용)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에는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때문에 20세기 초부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마초를 불법화했으며, 대마를 재배하거나 소지하거나 혹은 거래하는 것을 모두 금지했다. 가령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마초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들의 경우에는 단지 소지만 해도 중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심한 경우에는 대마초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무기징역이나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은 나라들이 대마초의 합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가령 2012년 12월, 워싱턴주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기분전환용 대마초 사용을 공식 합법화한 바 있다. 또한 콜로라도주의 경우에는 2000년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후, 2012년에는 기분전환용 대마초도 합법화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처방전 없이도 어디서나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미국에서 기분전환용과 의료용 대마초를 모두 허용하고 있는 주는 워싱턴, 콜로라도, 오리건, 네바다,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메인, 매사추세츠 등 총 8개 주다. 수도인 워싱턴 DC는 기분전환용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소매점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현재 미국의 대마초 산업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도달한 상태다. 대마초 관련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은 6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가 넘는다. 기분전환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는 주는 미 중서부에 위치한 콜로라도주다. 지난해 콜로라도 주정부가 대마초 관련 산업의 세금으로 거둬들인 금액은 무려 1억 2000만 달러(약 1360억 원)에 달한다.
대마초 산업으로 덕을 본 것은 두둑해진 국고뿐만이 아니다. 대마초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됐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됐으며, 그 결과 부동산 경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미시시피대학의 쳉쳉 교수는 “대마초가 합법화된 지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주택 구매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이들은 마리화나 사용자들, 관련 사업가들, 그리고 구직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1월, 콜로라도주에서 첫 번째 대마초 전문 판매점이 문을 열자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가령 2014년 상반기 24만 8000달러(약 2억 8000만 원)하던 집값이 2016년 상반기에는 29만 8000달러(약 3억 4000만 원)로 상승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콜로라도주의 인구수 변화 때문이었다. 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의 인구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 동안 1.9% 증가했다. 이는 미 전역에서 노스다코타주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대마초 산업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덴버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로나 핸슨은 “고객 가운데 약 60~70%가 다른 주에서 이주해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앞으로 미국에서는 더 많은 주가 기분전환용 대마초 합법화에 추가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가령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18년부터 비의료용, 즉 기분전환용 대마초 상점의 영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대마초 시장의 40%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의료용 대마초의 경우에는 지난 1996년 합법화한 바 있다.
단, 미국의 연방법에 따르면 대마초는 아직도 엄연히 불법 마약이다. 1970년 제정된 연방마약법에 따르면, 대마초는 헤로인 등과 함께 중독성이 강한 1급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머지않아 독일에서도 대마초 관련 산업이 미국 못지않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3월,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하는 법안이 처음 시행됐으며, 이에 따라 의료용이라는 조건 하에 대마를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전면 허용됐다. 앞으로는 연방약품의료기기연구소(BfArM) 산하의 ‘대마초 에이전트’가 대마초 관련 회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2001년부터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상태다. 현재 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약 1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는 2018년 상반기까지 기분전환용 대마초 역시 합법화할 예정이다.
대마초 관련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삼아 급성장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오로라 카나비스’는 의료용 대마초를 재배하는 기업으로, 현재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마리화나 재배지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 6월에는 독일의 제약회사인 ‘펜다니오스’를 1570만 유로(약 2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틸레이’는 의료용 대마초를 연구 및 제조하는 회사로, 2016년부터 호주, 유럽연합에 대마초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도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마초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닷컴 붐’이 일었던 때의 흥분과 소란이 다시금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 틸의 경우에는 투자회사인 ‘파운더스 펀드’를 통해 대마초 관련회사들에 5000만 달러(약 57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편 해외 유명인들 사이에서 대마초 애연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는 나탈리 포트만, 저스틴 팀버레이크, 우피 골드버그, 리한나,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제니퍼 애니스턴, 레이디 가가, 조지 클루니, 스눕독, 윌리 넬슨 등이 있다. 컨트리송 가수인 넬슨의 경우에는 직접 ‘윌리스 리저브’라는 이름의 대마초 체인점을 운영하고 이으며, 스눕독 역시 대마초 제품 관련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네덜란드의 ‘커피숍’에는 커피가 없다?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이란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보통 ‘커피숍’이라고 하면 으레 커피를 파는 곳을 말한다. 말하자면 ‘카페’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숍’을 방문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곳에서는 ‘커피숍’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바로 커피가 아닌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바로 ‘커피숍’이다. 커피를 판매하는 곳은 따로 ‘카페’라고 부른다. 현재 네덜란드 의약품 정책에 따라 허가 받은 커피숍에서 소량의 대마초를 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커피숍에서는 음료와 함께 음식도 판매하고 있지만, 술이나 기타 마약류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만일 이를 어기고 판매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또한 학교로부터 반경 250m 안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 역시 금지되어 있다.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대였다. 중독성이 약한 마약류와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네덜란드의 4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05개 지역에서 최소 한 곳 이상의 커피숍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커피숍 외의 지역에서 대마초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만 처벌만 받지 않을 뿐이다. 커피숍은 반드시 다음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1) 광고 금지 2) 중독성 심한 마약류 판매 금지 3) 18세 미만 판매 금지 4) 5g 이상 판매 금지 5) 공공장소에서의 소란 금지 등이 그것이다. 위의 규정을 어길 경우에는 3~6개월 동안 영업 정지 처분을 받으며, 어떤 경우에는 영구 폐업되기도 한다.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커피숍들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대마초 판매점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보통은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에티오피아 국기를 걸어놓거나 라스타파리 운동을 상징하는 표식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다. 1930년대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라스타파리 운동은 성서와 달리 예수 그리스도를 흑인으로 여기고, 에티오피아의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 1세(본명 라스타파리 마콘넨)를 재림한 예수 그리스도로 섬기는 신흥 종교다. 라스타파리 종교인들은 레게 음악을 창시했으며, 예부터 대마초를 흡입함으로써 평화가 온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은 커피숍에 입장할 수 있을까. 이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소도시에서는 ‘대마초 패스’를 소지한 네덜란드인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암스테르담 등 대도시의 경우에는 관광객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모두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대마초를 피울 경우 형사법에 따라 처벌된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