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간단했던 6·19대책
6·19 부동산 대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조정 대상지역 24곳을 추가하고 대출한도를 일부 축소한 정도다. 서울에서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 적용되던 기준을 나머지 21개구에 적용하고, 수도권에서는 과천, 성남, 하남, 고양, 화성(동탄2), 남양주에 광명 한 곳이 추가됐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연제, 수영, 동래, 남구이던 조정지역을 부산진구와 기장구로 확대했다.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조정지역은 세종시로 이전과 같다. 조정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등기 시점까지 금지된다.
그리고 조정지역에 한해 총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에서 60%, 60%에서 50%로 10%포인트 축소했다. 돈 빌릴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 19일 정부의 6·19부동산대책 발표에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기조를 막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아파트숲. 박은숙 기자
#전문가도 소비자도 “집값 더 오른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다. 새로운 규제 내용이 없고, 대출한도를 줄여도 자산가들에게는 통하지 않으며, 전세를 활용해 차익투자를 하는 이른바 갭(gap) 투자를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 개헌과 연계된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애초에 정부가 시장을 급랭시켜 경제성장률에 부담을 줄 정도의 강력한 규제를 실행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행 따라 어설프게 시장에 기웃거리던 중산층들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자산가들은 이 정도 규제에는 눈도 깜짝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은 ‘저금리’다. 금리가 낮아 빚을 내 자산을 구입하기 용이하다. 저금리여서 일정 규모의 임대소득을 내려면 자산 가격이 높아야 한다. 쉽게 말해 저금리에 전셋값이 오르는 이치다. 저금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출한도를 일부 줄여봐야 대출 여력이 높은 자산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가계부채가 잔뜩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하락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져 심각한 경제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2일 부동산114가 공개한 ‘2017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6.3%는 하반기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직전 조사에서 ‘상승’ 비중이 25.7%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전셋값 전망도 ‘상승(54.8%)’ 응답이 직전 조사(44.6%)보다 10.2%포인트 늘었다.
집값의 상승은 강남 재건축 상승과 정부 정책의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5명은 ‘서울 강남 재건축 상승(25.4%)’과 ‘새 정부 정책추진 기대(23.2%)’를 주요 이유로 선택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강세, 분양시장 활성화,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 실물경기 회복 가능성 등이 주택시장 기대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단체의 한 단체장은 “지금 상황에서 집값을 잡으려면 세금폭탄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세수 축소와 시장 급랭, 조세 저항 등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제 더 이상 대규모 택지개발은 없다. 재개발·재건축 외에는 이렇다 할 공급이 없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은 서울 수도권과 부산, 세종 등에 쏠려 있다. 공급보다 수요 우위다. 이 지역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풍선효과까지…투자범위 더 확산
강남3구와 과천, 용산 등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닮았다. 예컨대 동부이촌동 최대 단지인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지금 매수해도 50% 이상 값이 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억 원짜리를 사면서 20억 원을 내다본다는 뜻이다.
중산층에게 이들 ‘부자동네’는 ‘그림의 떡’이지만, 풍선효과를 노려 이들 인근지역에 투자하는 것도 전략이다. 마포구는 지역에 따라 아직 투자 여지가 꽤 많다. 또 강남에 가까운 성동과 광진구, 여의도와 시내에 가까운 동작구와 양천구 등도 유망지역이다. 삼성전자 대신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다른 관련주들을 매수하는 전략과 같다.
재개발·재건축이 임박한 곳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는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에는 더 이상 새로운 택지가 남지 않았다. 지은 지 15년쯤 되는 아파트들이 아직 재건축이나 재개발 기대가 덜 반영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5년 정도 보유하면 재건축·재개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6·19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비조정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면 비조정대상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 자료를 보면 6월 4주부터 8월까지 비조정대상 지역에 분양되는 물량은 일반가구 기준 총 3만 7481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 5659가구)보다 1만 8178가구 줄어든 수준이지만, 청약시장의 반응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에도 비조정대상지역의 쏠림현상은 뚜렷했다. 안양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5546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41% 증가했다.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인근의 과천시가 같은 기간 420건에서 542건으로 22.5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6·19대책 이후 김포지역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도 비조정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예상하는 근거다.
#랠리에 동참하라…차입도 투자전략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리려면 부동산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에서도 비관론자들은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법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 내집마련이나 부동산 투자를 피했던 이들 상당수가 최근 자산랠리에서 소외됐다. 위험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지만, 위험에도 불구하고 값이 오를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현재 거주하는 집 한 채만으로는 자산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사는 집값이 올라봐야 옮기고 싶은 다른 지역의 집값도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올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을 2채 이상 갖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당장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면 보유주택을 유동화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보유한 집을 전세 놓고 전세를 살거나 보유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갭투자에 나서는 방법도 위험은 다소 크지만 가능한 선택지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금융권을 통하지 않고 차입을 일으키는 유용한 방법이다.
물론 투자에서 입지는 가장 중요하다. 핵심지역에 가깝거나 개발호재가 확실한 곳을 가려내야 한다. 재개발지역의 경우 용적률 등 규제환경을 살피는 것도 필수다. 차입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임대소득 등 어떤 형태로든 이자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현금흐름(cash flow)이 확보돼야만 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열희 언론인
부동산 상승에 은행주 관심 증시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대표적인 업종은 건설과 은행이다. 6·19 부동산 대책이 이들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연 은행주다.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은 부동산대책으로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과 향후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성장 모멘텀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건설사들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는 잔금대출만 손을 댔지만, 향후 추가대책이 나온다면 중도금 대출까지 집단대출을 규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후분양제 등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반면 은행은 향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오히려 예대마진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정책대출을 중개한 부분을 제외하면 은행들이 자체 보유한 대출은 거의 전부 변동금리 조건이어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발달과 고령화로 화폐 유통 속도는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화폐 유통 속도가 하락하면 은행예금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초과해서 증가한다. 이 때문에 별다른 특판예금 판매나 우대금리 추가가 없어도 은행예금은 연간 약 6% 증가한다. 작년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원가성수신 비중은 37%선에서 견고하게 유지하는 중이다”라고 분석했다. 낮은 이자의 예금으로 돈을 조달해 높아진 금리에 맞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해외부문이 변수다. 5월 누적 기준으로 해외수주는 1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지만 하반기부터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이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전년 대비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고, 하반기에는 3년 만에 전년 대비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타깃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하반기부터는 주요 건설사들 모두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공종에서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