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미 투자은행 파이퍼 자파리에 따르면 성인용 VR이 2025년 10억 달러(약 1조 1300억 원) 규모로 세 번째로 큰 VR 콘텐츠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AV 제작업체들은 앞다퉈 VR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사정은 어떨까. 최근 국내 최초로 성인VR방이 생겨 관심을 모았다. ‘비즈한국’이 직접 성인VR을 체험해봤다.
광주의 ‘국내 1호 성인VR방’ M 점포의 입구 전경. 사진=M 점포 홈페이지
지난 20일 오후 5시 광주 쌍암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올라가자 M 점포의 입구가 보였다. ‘국내 1호 성인VR방’이라고 소개된 곳이다. 기자는 앞서 VR기기를 착용한 채 4D 시뮬레이션 의자에 앉아 VR 어드벤처를 체험해본 적이 있다. 롤러코스터 등 콘텐츠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의자와 함께 VR의 시각적 착각으로 실제 오금이 저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성인용 VR은 처음이었다.
학생지도 선생님을 경계하는 불량청소년이라도 된 듯 기자는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운터에 서있던 직원이 “처음 오셨느냐”며 반기더니 “30분에 6000원, 1시간은 1만 원”이라고 가격을 소개했다. 30분을 이용하겠다며 결제를 하려고 하자 직원은 먼저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직원은 “성인물을 다루는 만큼 신분증 검사가 필수”라고 부연했다.
결제를 하자 직원은 VR기기를 사용해본 적이 있느냐 물었다. “없다”고 하자 직원이 VR기기를 들고 사용법을 알려줬다. 머리에 쓰는 법부터, 영상을 선택하는 방법, 빨리 감기, 뒤로 감기 등등. 그 와중에 한 중년의 남성이 뒤편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며 직원에게 조작법을 물었다. 새로운 기기의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어른들에게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성인VR방 M 점포 방의 모습.
사용법을 숙지하고 직원을 따라 들어간 방은 3.3㎡(1평)가 채 되지 않는 공간에 안락한 소파, 티슈, 쓰레기통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직원은 “방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복잡하면 관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내를 마친 직원은 방에서 나가면서 “30분 시간이 지나면 방문을 노크해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VR기기를 착용했다. 잠깐의 암전 후 영상을 선택할 수 있는 메인화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요시카와 아이미, 니이무라 아카리 등 일본 배우와 채담, 태희, 선우 등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성인물 30편가량의 목록이 나왔다. 영상물들은 대개 4~7분 분량이었다.
일단 가장 앞쪽의 영상을 틀어봤다. ‘18세 이하 관람불가’ 경고화면이 나오고 본 영상이 시작됐다. 가상현실 속 기자는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타 VR 영상과 마찬가지로 실제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뿔테의 안경을 쓴 여성이 들어왔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 미니스커트, 커피색 스타킹 차림이었다. 기자 옆으로 다가와 앉은 여성은 책상 위 노트를 살펴보더니 “숙제 잘했네”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과외선생님과 제자의 상황이었다.
과외선생님은 “그럼 오늘은 이제 이거 세 번씩 쓰면 되겠다”라고 숙제를 내주다가, 다짜고짜 “너 어디 보는 거야. 왜 집중을 못해”라고 나무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 듣는 꾸지람에 놀라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그런데 내려다보니 기자는 팬티 차림이었다. 가상현실 속 나는 왜 과외를 하면서 바지도 챙겨 입지 않은 것일까.
상황은 급변했다. 화면 속 여성은 갑자기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라며 “영어보다 이 속이 더 궁금해”라고 물었다. 질문과 함께 과외선생님은 어느덧 자신의 손으로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기자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치마 속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성은 혼자서 신음소리와 함께 외설적인 말을 내기 시작했다. 이어 몸을 일으켜 기자를 향해 숙여왔다. 코앞에까지 다가온 과외선생님의 모습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기분 좋아.”
여성의 행위가 마지노선으로 향하는 순간, 기자는 영상의 ‘정지’버튼을 누르고 기자라는 사실을 밝혀야만 했다.
기자가 직접 M 점포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영상을 접해봤다.
“지난 6월 8일 오픈해서 2주도 안 지났다.”
기자의 질문에 M 점포의 점주가 말했다. 그는 “현재 1인실이 12개, 2인실은 6개 규모”라며 “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40여 명쯤 방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의 M 점포 1호점 운영과 함께 프랜차이즈 창업 상담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는 “대구, 익산, 부산 등지에서 창업 문의 전화는 계속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M 점포는 현재 업종을 비디오물시청제공업 내 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등록했다. 그러다보니 영상물의 수위도 일본 AV가 아닌, 한국의 에로물, 성인영화 수준이다. 직접적인 성행위가 등장하거나 남녀의 성기가 직접 노출되지는 않는다.
콘텐츠의 질도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였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상도 있었지만, 몇몇 영상의 경우 3인칭으로 남녀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도 있었다. 일반 성인물을 VR로 본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상의 공간임을 망각하고 실제 여성을 만나고 있다는 실제감과 자극을 주기는 부족했다. 수위 높은 성인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성인 VR 영상이 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M 점포는 성인 VR 연상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점주는 “지금은 우리 가게가 성인물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성인VR방’이라고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VR의 주요 영상 콘텐츠가 현재는 성인물이 대부분”이라면서도 “훗날 성인물이 아닌 일반 영화 등도 다양한 VR 콘텐츠가 나오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콘텐츠 제작자, 기기 개발자, 점포 등 제공자가 VR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로 긴밀한 논의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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