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지법에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 재판이 열렸다.
지난 23일 인천지방법원 법정 앞에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인파로 붐볐다.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민들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 재판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그러나 방청권을 받은 30여 명만이 법정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범 박 양은 살인 방조와 사체 유기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양은 살인이 일어나기 전부터 주범 김 양과 살인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김 양이 살해 계획을 말하자 살해할 대상의 손가락 부위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 또 김 양이 살해를 하고 나서 흥분 상태가 됐을 때에도 “침착하라. 시체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박 양은 김 양으로부터 피해아동의 손가락 부위를 건네받고 집에 가져와서 유기하기도 했다.
이에 박 양과 변호인 측은 “사체 유기는 인정하지만 살인 방조는 아니다”며 “살인 계획에 대해 들은 적이 없고, 손가락 부위를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양은 재판 전에 진행됐던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 ‘사체가 모형인 줄 알았다’며 사체 유기 자체를 부인했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고, 사실대로 말하니 후련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범과 공범의 배경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주범 김 양의 경우 부친이 유명병원 의사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공범 박 양은 이례적으로 변호인을 12명이나 선임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증거 조사 과정에서 박 양의 주소나 부모 이름 등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러나 재판 도중 박 양의 모친이 초등학교 교사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한편 12명의 변호인 가운데 세 명은 재판 전날 사임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주범 김 양은 ‘처음부터 박 양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해 지금까지의 주장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김 양은 “박 양이 ‘사람 죽이는 걸 본 적이 있다’며 내 안의 폭력성을 이끌어내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범행을 저지른 후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도 진정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김 양이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박 양에게는 살인 방조 혐의가 적용된 것이지만 이날 진술에 따라 혐의가 변경될 가능성이 생겼다.
김 양은 진술을 왜 바꾸게 된 것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부모님과 친척 분들이 내 재판을 보셨다. 피해아동과 가족들을 위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거짓진술을 했던 것으로 인해 형이 더 무거워지더라도 앞으로 진술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친구라서 끝까지 배려하고 혼자만의 범행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박 양이 아닌 다른 친구였어도 그렇게 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양 측 변호인은 김 양에게 “감경을 위해 진술을 또 번복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이 둘이 주고받았던 메시지 일부가 공개됐다. 이 둘은 그동안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 지웠지만 김 양이 미처 지우지 못한 일부 메시지가 법정에서 공개된 것이다. 김 양이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박 양과 주고받은 메시지였고, 김 양이 ‘엮이지 않게 하겠다. 혼자 범행이라고 말하겠다’고 했고 박 양은 이에 ‘이기적이라 미안하다. 좋아한다’ 등의 답을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