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방송에서 2015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근무했던 A 씨는 “정확한 정책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직원을 채용하면 사업장별로 지원하는 돈이 있었다. 직원에게 지급하라고 주는 돈이다. 그 돈까지 합쳐서 15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았는데 회사 측에서 3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근무하던 시기에는 직원들에게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A 씨뿐 아니라 또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A 씨를 포함해 여론방송에 근무했던 직원 5명으로부터 A 씨와 같은 방식으로 급여 중 일부를 반납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여론방송은 임금체불뿐 아니라 국가지원금을 빼돌리는 범죄행위를 한 셈이 된다.
여론방송은 이미 직원 임금 수천만 원을 체불한 혐의로 고용노동부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여론방송은 올해 초 폐업을 신고했다. 조 후보자는 발기인으로 참여했을 뿐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거짓해명 논란도 일고 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2년 9월 여론방송 발기인 겸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2012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여론방송 초기 지분은 조 후보자와 대표이사인 진 아무개 씨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었다. 2014년 작성된 여론방송 회사소개서에도 조 후보자가 주요 발기인으로 등재되어 있다.
조 후보자는 핵심 회사특허 3건을 진 대표와 공동 출원하기도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여론방송은 사업현황 요약 자료에서 ‘한국여론방송은 (3건의 특허에 의한) ICT 정보통신기술을 가지고 방송에 접목시킨 24시간 TV여론전문 채널’이라고 설명하는데 조 후보자는 3건의 특허에 출원자와 발명자로 모두 이름을 올렸다.
여론방송 전 직원들도 조 후보자가 회사 운영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은 조 후보자가 당시 직원 면접에 참여하고 회식도 함께 했다고 했다. 이상돈 의원실은 조 후보자와 한 직원이 주고받은 문자도 공개했다. 조 후보자는 한 직원에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군요. 여론방송은 완전히 좌절된 꿈이었고. 손해 좀 보고 일찍 결별한 셈이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진 대표는 조 후보자의 고려대 사회학과 1년 선배로 조 후보자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조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여론방송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도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사외이사 등재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를 등재 전날 직접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월 25일 김삼화 의원이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 후보자 인감증명서 발급 현황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2년 9월 27일 자택 인근인 서울 강남구 대치1동 주민센터에서 직접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조 후보자는 이날 여론방송 이사 선임 투표에도 참여했고, 사외이사로 선출되자 즉석에서 취임도 승낙했다.
여론방송은 임금체불 외에도 여러 가지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 직원 A 씨는 “일반 직원들이 밤 10시, 11시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영상 편집을 하는 직원들은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초과근무수당은 전혀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회사가 처음 출발할 때는 직원 수가 40~50명에 달했는데 나중에는 직원 수가 10여 명뿐이었다. 직원 수가 크게 줄었으니 근무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서 “직원들 중에는 6개월가량이나 월급을 못 받은 직원도 있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취업사이트에 우리 회사가 채용공고를 내면 ‘이 회사에는 절대 지원하지 마세요’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근무 조건이 매우 열악했다. 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실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여론방송의 이 같은 실태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면서 “조 후보자가 여론방송 운영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조 후보자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 설립에 적극 관여했던 만큼 도덕적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이 같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진 대표 측에 수차례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 후보자 측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