뚠떼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정수용 도자기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운하의 도시 뚠떼(Twante). 양곤 항구에서 가까운 마을입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달라(Dalah)는 양곤강 건너편에 있습니다. 페리를 타고 건너는 관광코스입니다. 그래서 섬이라고 부르지만 섬은 아니고 델타지역입니다. 이 달라 델타와 맞붙은 제법 큰 도시가 뚠떼입니다. 달라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많이 삽니다. 선착장에는 배를 타고 양곤을 오가며 일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뚠떼는 달라에서 차로 30여 분 걸리는 마을입니다. 양곤 시내에서는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서 가면 1시간 30분쯤 걸립니다. 뚠떼는 영국점령 시절 긴 운하를 만들면서 번창한 도시입니다. 지금은 운하를 통해 미얀마 중북부의 농산물과 항아리 등 생필품들이 집결되는 곳이 되었습니다. 운하는 에야야디주 곡창지대와 양곤 수출항구를 이어주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없다면 바다를 돌아서 가야 합니다. 영국은 미얀마의 젖줄인 2000여 km의 이라와디강을 운하로 양곤강과 연결했습니다. 험난한 공사였습니다.
뚠떼에는 지금도 도자기를 만드는 집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자기입니다.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용기로서의 도자기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쌀겨와 흙을 섞어서 만드는 게 비결입니다. 발로 짓이기고 형태를 만들고 가마에 굽습니다. 자기 만드는 과정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고온에서 굽는 과정에 쌀겨는 흙속에서 재가 됩니다. 그 자리에 기포가 생겨 스펀지 같은 필터가 자연스레 생깁니다. 이것이 정수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더러운 물도 이 자기에 담으면 아주 깨끗하고 맑은 물로 여과되어 떨어집니다.
쌀겨와 흙을 섞고 발로 짓이겨 모양을 만들고 고온으로 굽는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대대로 이어진 지혜로운 방식입니다. 현대식 정수기는 비싸지만 전세계 오지의 사람들에겐 값싸고 효과적인 물항아리입니다. 그래서 유니세프가 연중 꾸준히 전세계에 보급한다고 합니다. 식수를 개선하는 일은 전세계의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생필품 집결지인 뚠떼는 역사적으로는 미얀마 청자의 주요 산지였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뚠떼 부근의 퍼야지(phayagyi)는 청자요지였습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동위원소로 분석한 결과 1559년경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시기 훨씬 전부터 만들었다는 것을 해외 유물로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미얀마 청자의 흔적은 한국과 일본서도 발견되기도 합니다. 미얀마 도자기들이 온전한 상태로 중동에서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오늘도 물과 전쟁을 하며 삽니다. 더우니까 길거리에서 물병을 사서 마시며 갑니다. 값은 200원 정도로 쌉니다. 버스를 타면 안내양이 물병부터 하나씩 돌립니다. 물병을 하나 건네는 게 인사인 나라입니다. 집에서는 정수된 큰 물통을 사다가 음식을 만듭니다. 물을 잘못 먹으면 큰 탈이 납니다. 관광객들에겐 배탈의 주요원인입니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정수기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이 풍부한 나라에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이 느끼게 합니다. 뚠떼에서 만드는 지혜가 담긴 정수 도자기, 예세칸. 저 먼 아프리카의 오지 아이들에게도 간다고 합니다. 그 냄새나는 황톳물을 맑은 물로 바꿔주는 ‘신비한’ 항아리. 그 항아리가 미얀마에서 온 것을 그 아이들은 알 수 있을까요. 좋은 물을 간절히 먹고 싶은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