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자유한국당은 로그인을 한 뒤 글을 남길 수 있는 형태의 자유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추경으로 발목잡지 말라” “구시대 유물 같은 정당”이라는 등 비방성 글이 주를 이룬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대부분 당을 욕하는 글이 많아서 게시판 보기가 두렵다. 그렇다고 게시판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의당도 로그인을 한 뒤 닉네임으로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 있다.
국민의당엔 회원가입 절차가 필요 없는 자유게시판 성격의 ‘국민광장’이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6월 26일, 이곳은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다. 한 네티즌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어설프게 뭐하는 것이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국민사기정당 국민의당 정말 참혹하다.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 하는 마음으로 국정에 제발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바른정당도 인증 절차가 없는 자유게시판을 갖고 있다.
반면, 민주당 홈페이지엔 공개형 자유게시판이 없다. 한때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게시판이 있었다. 이곳에선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지난 2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방송 토론 일정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와 서버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필요한 과정이고 좋은 소통”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4월 자유게시판을 없애고 개인 의견을 비공개로 당에 제보할 수 있는 ‘민심 소통’이라는 제보형 코너만 남겨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당에 할 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보형 게시판만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이 끝난 뒤 당 차원에서 자유게시판을 폐쇄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론 당과 소통하려는 이용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개 지지자들 간 불필요한 싸움이다. 이번 대선 경선 때 글쓴이와 글 쓴 내용이 보이는 오픈형 자유게시판과 제보형 게시판을 혼재해 사용했다. 그런데 경선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정보들과 너무 많은 비방 글이 올라와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오픈형 자유게시판은 폐쇄하고 제보형만 남겨둔 것이다. 또 다른 SNS 플랫폼도 있기 때문에 원활하게 잘 돌아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도 자유게시판을 찾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소통 정부가 아니라 불통 정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자유게시판은 박근혜 정권 때 없어졌다. 현 정부와는 상관없다. 박근혜 정권 때의 청와대 온라인 시스템을 넘겨받은 상황이다. 현재 게시판뿐만 아니라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당청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사라지자 “소통 창구를 열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청와대와 당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을 개설해 달라. ‘SNS 등이 있는데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SNS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권리 당원 의견 들을 생각 없으면서 권리 당원은 왜 모집했나”고도 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누구보다 소통을 강조하고 전 정부의 소통부재를 비난해왔던 분이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청와대와 여당이 홈페이지에서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은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내용이 올라오니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말로는 소통을 외치면서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한 보좌진도 “문재인 대통령이 초반에 인선 발표를 직접 하는 등 대국민 소통 행보를 파격적으로 보여서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지켜봤다. 그런데 기존의 탄핵 정권의 ‘불통’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 비난도 겸허히 들을 수 있는 게 진정한 소통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문자행동은 대개 정권 우호적이고 야권 비판적인 내용이다. 이런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니 자신들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 업로드 되는 자유게시판을 문제가 생길까봐 닫는 것을 보니 이중적인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회원제 비회원제 비공개형 까페형 등 여러 형태의 게시판을 운영해봤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누구나 대화할 수 있다고 해서 소통이 잘된다고 할 순 없다고 본다. 진짜 소통을 위한 게 뭔지 고민하고 있다. 거기에 맞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