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제2의 데뷔를 하게 된 뉴이스트가 성추문에 발목을 잡혔다.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2년에 데뷔해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뉴이스트는 남성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최대 수혜자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엑소, 비투비, 빅스 등과 같이 6년 차 중견 아이돌 그룹이지만 심각하리만치 낮은 국내 인지도로 팬미팅마저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 6년의 경력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연습생 신분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그들 역시 이번 활동을 마지막 동아줄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출연한 네 명의 멤버 가운데 황민현이 최후까지 남아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프로젝트 그룹인 ‘WANNA-ONE(워너원)’으로 1년 동안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프로그램 결과와는 관계없이 뉴이스트의 아이돌 재도전은 대중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줬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뉴이스트의 이전 음원들이 각 음원사이트를 역주행해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대중들의 애정과 관심을 방증한다. 이 같은 사랑에 힘입은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공식적으로 “황민현을 제외하고 원년 멤버를 포함한 4인의 멤버들은 2017년 하반기에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이제 앞으로 남은 일은 대중들의 애정과 관심을 도움닫기로 해서 두 번째 도약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뉴이스트의 이 같은 장밋빛 미래는 고작 6일 만에 깨지고 말았다. 멤버인 강동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것. 강동호는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도 최종 순위 13위로 아쉽게 탈락할 정도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멤버 가운데 하나다.
지난 6월 22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자신을 8년 전 강동호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로 소개한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글을 올리기 사흘 전인 19일 강동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8년 전에 나를 성추행 한 일을 기억하냐” “오빠가 다시는 방송에 안 나와 줬으면 좋겠다. (방송에서) 오빠 얼굴 보이고, 오빠 목소리 들리고, 오빠 이름 보이는 게 나한테는 죽을 만큼 힘들다”라고 밝혔다.
8년 전 강동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이 네이트판에 올린 강동호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네이트판 캡처.
강동호 측은 여성으로부터 “8년 전 성추행 사건을 기억하냐”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으나 여성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말에도 강동호가 별다른 답장을 하지 않자 여성이 직접 전화를 건 뒤 통화 내용을 녹취한 파일을 직접 올렸다. 통화에서 강동호는 “급한 일 있으니까 내가 조금만 있다가 전화하겠다”라며 전화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해 주장 여성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해 진술하고 있고, 통화에서 강동호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조금 있다가 전화하겠다” “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는 부분에서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의혹이 불거지자 플레디스 측은 22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히 23일 발표한 공식 입장에는 강동호와 피해 주장 여성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부가했다. 플레디스는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측은 강동호의 지인(과거 고향 친구의 동생)으로, 가족끼리도 아는 사이”라며 “지인에게 카톡으로 연락이 온 것을 보고 답변을 한 강동호에게 상대방은 곧바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당황스러운 주장을 했고 이에 강동호가 보이스톡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두 번째 통화와 관련해서는 “(강동호가)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한 뒤 통화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대방의 연락에 응답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주장만 담긴 영상과 이미지들이 마치 허위 사실의 근거인 것처럼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레디스 측은 이에 더해 피해 주장 여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까지 밝혔다. 그동안 뉴이스트에 대한 지원이나 보호가 저조했다는 지적을 지속 받아왔던 플레디스가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는 유례없이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피해 주장 여성에 대한 동정론과 강동호의 책임론이 허위 사실 유포 가능성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해명 없이 강경 대책만을 내세웠다는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대중 앞에 제대로 서보기도 전에 추문에 발목이 잡힌 사건은 뉴이스트 이전에 러블리즈에게도 있었다. 8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인 러블리즈는 2014년 데뷔 직전, 멤버인 서지수를 둘러싼 성추행 관련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데뷔 직전부터 수렁에 빠졌다. 곧바로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가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신을 “서지수의 피해자”라고 밝힌 유포자들은 지속적으로 유사한 게시물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켰다.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일부 유포자들이 재판에 회부돼 약식기소, 벌금형 등이 선고됐으며 이들이 주장한 서지수의 혐의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사건이 일단락된 현재까지도 사건과 관련한 서지수에 대한 악플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속사가 억지로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소속사도 일부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완전히 무혐의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무혐의가 밝혀졌더라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대중들에게 서지수는 여전히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단 채라는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직접적인 행위의 증거가 없다면 성 관련 사건은 피해자 측의 주장에 집중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가해자 측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원하는 결과를 받는 것도 어렵다”라며 “이후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이미 사건을 받아들인 대중들의 입장으로는 ‘정확한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가 됐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수사 방향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의 신빙성과 그가 밝힌 사건 장소 내 증인들의 증언 조사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정식 재판으로 가기 전 피해 주장 여성의 진술이 허위로 드러나는 등 강동호에게 유리한 정황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지지부진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 주장 여성은 네이트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글을 올렸으나 지난 6월 23일 플레디스의 고소 통보 이후부터는 관련 글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