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전임 마사회장이 야심차게 건립한 위니월드는 개장 1년도 못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위니월드 홈페이지 캡처.
AWC 한 직원은 “지난 6월 27일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노무사를 통해 단체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안양지청 관계자는 “접수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현재까지 AWC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은 확인된 것만 3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 사건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직원은 “임금체불에 따른 직원들의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업체인 마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아직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김 씨는 위니월드 협력업체 A 사를 상대로 사업 보증금 5억 원을 챙긴 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사기) 등으로 피소돼 조사를 앞두고 있다. 위니월드 협력업체 한 임원은 “AWC가 30여 개 협력업체를 상대로 지불하지 않은 용역비와 가로챈 보증금만 수십억 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김 씨는 위니월드 내에 핫도그,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일명 ‘F&B 키오스크’ 5개를 위탁하는 대가로 보증금 10억 원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8억 5000만 원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의 횡령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앞의 임원은 “실체가 불분명한 AWC에 전권을 내주고, 수백억 원을 쏟아 부은 마사회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WC는 이전까지 테마파크 운영 경험은 물론 변변한 매출도 없던 회사며, 재무제표 작성도 2016년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답했다.
2014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현명관 당시 한국마사회 회장이 업무보고 전 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 씨에 대한 수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장과 ‘커넥션’ 의혹 때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위니월드 사업 준비 단계부터 현 회장과 김 씨가 공모한 정황이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만나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3년부터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 감사원의 위니월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의 커넥션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마사회는 ‘신개념 승마테마파크 조성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6월 위니월드 조성 사업에 모두 548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이후 현 전 회장의 지시로 사업 예산이 수차례 증액돼 최종 사업비는 844억 원에 이르렀다.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신규 투자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마사회는 이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 예산을 3개 항목으로 쪼갠 뒤 각기 다른 사업인 것처럼 꾸며 감독기관에 보고했다. 특히 현 전 회장의 임기 종료일인 2016년 12월 8일 전까지 사업이 끝날 수 있도록 일부 공사의 착공을 포기했다.
현 전 회장은 위니월드 공사에 대한 발주를 앞두고 일본 출장을 다녀온 뒤 ‘위니월드 고급화’ 지시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114억 원이 추가 증액됐고, 위니월드 공사 참여를 원했던 폐기물 처리업체와 B 건설사는 각각 4억 5400만 원, 15억 원 규모의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위니월드 설립을 주도한 AWC는 B 건설사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사회의 묵인 하에 설계 변경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5월에는 국내 업체로부터 인조수목을 납품받을 수 있었음에도 멕시코 회사와 독자 납품 계약을 맺고 1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마사회는 계약질서를 훼손하고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해야 하는 제품을 외국에서 구매하도록 하여 판로지원법을 위반하였다”고 지적하고, 부실 계약을 방기한 마사회 간부에게 정직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현 전 회장은 현직이 아니라 감사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 전 회장에 대해선) 말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AWC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