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하다보면 한번쯤 접해봤을 광고 문구입니다. ‘고수익’ ‘부업’ ‘알바’라는 말에 눈길이 가고 ‘사모님 상대’라는 말에 놀랍니다. 도대체 무슨 아르바이트길래 사모님을 상대로 데이트를 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걸까요?
사진=SNS 사모님 알바 광고 캡처
최근 SNS 등 온라인상에서 꿀 알바, 고수익을 미끼로 삼은 범죄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과 같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불특정 다수의 국내 SNS 이용자들에게 접근,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의 심리를 악용해 금전을 요구하고 성매매 알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강 아무개 씨(21)도 얼마 전 이같은 수법에 당해 120만 원을 순식간에 잃었습니다. 평소 SNS를 즐겨하던 강 씨는 자신의 팔로워 자기소개에 적힌 ‘꿀 알바·고수익’이라는 홍보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강한 호기심을 느낀 강 씨는 바로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강 씨는 “그저 얼마나 편한 일이기에 ‘꿀 알바’라고 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상담사가 말한 꿀 알바란 사모님이라 불리는 성 매수자들을 상대로 잠자리를 갖는 신종 성매매였습니다.
상담사는 “알바비용은 2시간에 80만 원, 추가 시간당 30만 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첫 거래 시 중개수수료가 발생한다며 10만 원을 먼저 입금해야 사모님과 연결이 가능하다고 상담사는 말했습니다. 강 씨는 뜬금없이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황당했지만 1시간에 4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강 씨는 상담사가 알려준 계좌번호로 10만 원을 보냈습니다. 상담사는 이후 상대 여성 연락처를 알려주는 대신 또 다른 명목으로 50만 원을 더 요구했습니다. 사모님의 안전을 위해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강 씨는 돈을 계속 요구하는 상담사가 미심쩍었지만 2시간이면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돈 50만 원도 보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상담사는 “어찌된 일인지 전산 오류 때문에 입금이 안됐다. 60만 원을 다시 보내면 전산 복구 후 11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강 씨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이후에도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돈 요구는 계속됐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강 씨는 안 해도 된다며 지금까지 보낸 120만 원을 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강 씨는 돈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상담사가 잠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진=사모님 접대 알바 상담원과의 대화 내용 캡처
실제 얼마 전 기자의 SNS 계정에도 이 같은 알바 홍보 게시물을 소개하는 상담사의 팔로워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에 상담전용 카카오톡 아이디를 만들어 대화를 시도해봤습니다. ‘알바 가능한가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5초도 안 돼 ‘네, X알바 가능한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사는 곳, 나이, 키, 사진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습니다.
알바 비용에 대한 문의를 하자 상담사는 “3시간에 40만 원, 5시간 60만 원, 8시간 90만 원입니다. 팁은 사모님에 따라 개별적으로 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상대로 첫 거래 시 회원등록비와 중개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1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3시간에 20만 원만 받고 일 끝난 뒤에 요구한 중개 수수료 10만 원까지 주면 어떻겠냐고 권해보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알아보세요.” 돌아온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이에 사기수법임을 이미 알고 있고 성매매 알선은 없다는 점을 언급한 뒤 하루에 몇 건이나 수익을 올리는지 물어봤습니다. 상담사는 “못해도 하루에 10건 이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당하는 사람이 계속 있는 이상 저 같은 사람도 계속 있을 겁니다.”
이 같은 알바 홍보 게시물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국내 SNS 이용자에게 막무가내로 뿌려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모님 알바’를 검색한 결과 무수한 홍보 계정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해시태그로 검색해본 결과 600여 개에 달하는 게시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홍보성 유해글은 청소년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경찰 처벌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강 씨도 “신고했다가 괜히 성매매하려 했다는 점이 밝혀져 처벌받을까봐 신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돈을 다시 찾기는 힘들겠지만 상대방을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해서 신고자에게 불이익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성인 대상 성매매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