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북도지사 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만경대에서 바라본 전주시 전경.
선거구도 상으로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가 벌였던 전북 민심 쟁탈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치열한 양당 대결구도는 지난 2006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맞붙은 4회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이다.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 5월 대선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표심 향방이 바뀔지다. ‘한뿌리’에서 갈라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동안 전북에서 두 차례 진검승부를 벌인 바 있다. 결과는 1승 1패. 지난해 4·13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올해 5·9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야권의 심장부인 전북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8석을 석권하는 등 호남에서 녹색돌풍이 불며 28석 중 23석을 휩쓸며 야권의 적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촛불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심각하게 이반, 1년여 만에 민주당에 호남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민주당 측은 이 여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전북지역 지방선거에서도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전북도민들의 민심 흐름을 보면 아직은 우세를 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중론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선택지를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제6회 지방선거,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19대 대선까지 4차례 선거에서 민심은 크게 출렁였다. 18대 대선(2012년)에서는 현재의 정부여당인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86.25%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제6회 지방선거(2013년)와 지난 20대 총선(2016년)에서 도민들은 전북에서 일당독주체제를 유지해오던 새정치민주연합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회초리를 들었다.
6회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지사를 포함한 단체장 15석 중 8곳에서만 승리했다. 나머지는 무소속 후보가 가져갔다. 20대 총선에서는 10개 선거구 중 7곳을 당시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에게, 1곳은 30여 년 만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후보에게 내줬다. 지난달 19대 대선에서 도민들은 또 다시 선택지를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최근 5년 사이 4차례 선거에서 도민들은 선택을 바꿔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선택지를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앞으로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특정정당의 우위를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된다”며 “각 정당이 남은 1년 동안 도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 컷오프와 거물급 인사 투입, 각 당의 선거 직전 지지율 등이 변수이며 선거구도도 매우 복잡해져 선거 결과를 전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 송하진 전북지사 재도전 유력…국민의당 후보와 진검승부
전북도지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하진 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오히려 송 지사에 맞설 국민의당 후보군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송 지사는 민주당이 대권을 잡은 데다 정당 지지율까지 상승세에 있어 재선 가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욱이 송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지면서 당내 입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선 의원 출신인 김춘진 전북도당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돌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출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예정된 전당대회 이후 후보군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까지 한 4선 정치인 정동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성엽, 조배숙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도지사 선거 도전 여부도 관심사다. 유 의원의 경우 “도지사 출마를 접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지사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정 의원이 중앙당직을 맡지 않을 경우 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보수 입지 확대를 위해 지사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 상태여서 후보 발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현재로서는 김항술 도당위원장과 전희재 전주갑당협위원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바른정당은 정운천 국회의원의 출마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변수가 많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받은 정의당은 오는 7월 도당 개편 후 내년 지방선거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 김승환 교육감, 3선 도전 여부 관건
전북교육감 선거는 현 김승환 교육감의 3선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스스로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3선 도전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교육감은 진보적 사회단체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진보 성향 인물이다.
현직에 맞설 대항마로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를 받고 있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북대 제15·16대 총장을 연임한 서 교수가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뜻을 세울 경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진보 진영에서는 교사 출신인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의 출마가 확실하다. 차상철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이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전주교대에서는 3명의 교수가 뜻을 두고 있다. 일찍부터 예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유광찬 전 총장과 이경한 교수, 교육계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천호성 교수의 출마설도 나돈다.
행정가 출신으로는 전북교육청 부교육감을 역임한 황호진 전북대 사무국장이 일찌감치 후보군에 올랐다. 또 전주교육장을 지낸 이재경 전 전북대 사대부고 교장이 뜻을 내비쳤고, 정책 전문가로 활동해 온 김윤태 우석대 교수도 교육단체의 권유를 받고 있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윤중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