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불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도드라지게 나타났었다. 조사 결과 하루 평균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41.5%였으며,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직장에서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고 응답했다. 미국도 사정은 엇비슷한 듯하다. 미국립통계위원회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근무 시간의 37%를 회의를 하는 데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들의 47%는 너무 잦은 회의로 시간을 쓸데 없이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회의가 다 비효율적이고, 쓸데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어떻게’이다. 이에 미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은 보다 재미있으면서도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하도록 저마다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인 <패스트컴퍼니>가 각 분야 CEO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 ‘회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은 보다 재미있으면서도 효율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직장에서 회의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자칫하다간 직원들로 하여금 피하고 싶은 시간 1순위로 꼽힐 수도 있다. 직원들이 회의를 즐기고, 또 기꺼이 참석하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와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탈라(Tala)’의 시바니 시로야 CEO는 “어떤 회의든 회의실 안에 모여있는 모든 직원들이 저마다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면서 앉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직원들의 시간을 가치 있게 대하면, 그 회의는 ‘해야 할 일’이 아닌 하루를 유익하게 보내기 위한 ‘활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일부 혁신적인 임원들은 회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이 방법을 찾아낸 임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성공적인 회의를 주최하는 열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회의를 해야 한다. 조사전문 기업인 ‘타이니펄스(TINYpulse)’의 직원들은 회의 시간을 깜박 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는 다름아닌 유별난 회의 시작 시간 때문이다. 가령 매일 아침 회의는 정확히 오전 8시 48분에 시작한다.
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인 닐 맥나마라는 “회의 시간을 이렇게 정한 후부터는 회의 시간에 늦는 직원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상하긴 하지만 8시 48분이 되면 사무실 내 직원들이 거의 모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이론을 보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기 위해서 이색적인 회의를 진행하는 회사도 있다. 유아식품 전문회사인 ‘플럼 오가닉(Plum Organics)’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컬러링북을 제공한다.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이 색칠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긴장을 풀게 하기 위해서다. 이노베이션 디렉터인 젠 브러시는 “회의 시간은 회사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고 말하면서 “회의 시간에 색칠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 증명이 됐다. 또한 이메일을 읽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보다도 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메시징 소프트웨어 업체인 ‘라이브퍼슨(LivePerson)’의 관리자들은 회의야말로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회의를 시작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도록 독려한다. 가령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식이다. 이 방법은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라이브퍼슨’은 자사의 고객들에게도 이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탈리즈(Etaliz)’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조시 네블렛은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도록 강요한다. 이를 위해 회의 시간 마지막 10분은 반드시 Q&A 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는 그는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으면 나는 첫 번째 질문이 나올 때까지 직원들을 어색하게 빙 둘러본다. 그러면 보통 질문들이 나오곤 하는데 이런 질문들은 대체로 유용한 것들이며, 또 전반적으로 적절한 것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질문이 나올 때까지 수분이 흘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문이 나오지 않으면 남은 10분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멍때리는 시간이 되고 만다.
그런가 하면 몸을 쓰면서 회의를 하는 회사도 있다. 모바일 게임회사인 ‘제네라 게임스(Genera Games)’의 직원들은 농구코트에서 회의를 열곤 한다. 직원들은 자유투를 날리거나 농구 경기를 하면서 회의를 진행한다. 이는 직원들이 회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즐겁게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땀을 흘릴수록 사고의 틀을 깨고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회의를 위한 두 번째 규칙은 효과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보안관리소프트웨어업체인 ‘브리보(Brivo)’의 ‘재탕 금지’ 규칙이 좋은 예다. ‘재탕 금지’란 이미 한 번 회의에서 다루었던 주제에 대해 또 다시 다룰 경우 누구나 이를 지적할 수 있도록 한 규칙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회의 중간에 탁구채를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미 한 번 이야기했던 주제다”라는 사실을 참석자들에게 알린다.
이런 규칙을 세운 스티브 밴 틸 CEO는 “언젠가 나는 우리가 회의 시간에 다뤘던 주제를 반복해서 또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하면서 “탁구채를 들어올리는 방법은 시각적인 경고 신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든 비생산적인 반복을 경고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데 있다. 이렇게 시간을 대폭 절약함으로써 보다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조사 소프트웨어업체인 ‘인퀴지움(Inquisium)’의 직원들은 회의 시간에 늦는 법이 거의 없다. 이는 부회장인 대럴 게르트가 세운 이색적인 벌칙 때문이다. 게르트는 “한때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의 시간에 10분씩 늦는 것이 관례처럼 됐던 적이 있었다. 이는 비생산적이고 갈등을 유발하는 나쁜 습관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심했던 게르트는 기발한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 그는 “회의에 늦으면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벌칙을 세웠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었던 노래는 애국가, 생일축하곡, 동요 등 다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벌칙은 너무 효과가 있어서 지금은 더 이상 노래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체인 ‘켈러-윌리엄스 리얼티’에서는 회의 때 휴대전화가 울리면 회사에서 운영하는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벌칙을 세웠다. 대변인인 대릴 프로스트는 “이 벌칙을 적용한 후부터는 회의 시간에 휴대전화 벨소리로 회의가 중단되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의도 효과적이고, 기부도 하니 일석이조다”라고 말했다.
셋째, 회의 시간은 가능한 짧게 마쳐야 한다. 휴가렌털전문 검색엔진인 ‘트리핑닷컴(Tripping.com)’의 직원들은 회의를 시작할 때마다 스톱워치를 30분으로 설정해놓는다. 알림이 울리기 전에 반드시 회의를 마쳐야 하며, 알림이 울릴 경우 직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만일 그래도 회의가 길어지면 회의를 주최한 사람이 벌금으로 5달러(약 5700원)를 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벌금은 회식 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CEO인 젠 오닐은 “이렇게 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기업 문화가 됐다. 또한 회의가 보다 생산적이 됐으며,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또 있다. 비즈니스컨설팅회사인 ‘저스트 피얼리스(Just Fearless)’ 역시 회의를 할 때마다 시간 제한을 둔다. 보통 30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회의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의자를 치워버린 후 모두 선 채로 회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강제적인 방법을 도입하자 회의가 늘어지거나 목적이나 주제 없이 진행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창업자인 키샤 메이스는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든 공공장소에서 회의를 하든 마찬가지다. 이 규칙은 항상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가능한 정해진 시간 안에 회의를 마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장소에서 회의를 할 경우에는 창피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하고 있다.
또한 트럭 소유주들을 연결시켜주는 모바일앱인 ‘버디트럭(Buddytruk)’은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회의 시간을 갖는다. 이 회사가 회의를 제때 마치기 위해 고안한 나름의 방법은 다름아닌 ‘팔굽혀펴기 벌칙’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C.J. 존슨은 “회의 시간이 초과되면 마지막에 말한 사람이 팔굽혀펴기 50회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들 간의 유대감을 증진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