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 박은숙 기자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손 전 위원장은 ‘영원한 구원투수’다. 지난 대선 땐 정계 은퇴를 번복하면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 위력은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때 끝났다”며 “지난 5·9 대선에서 제3지대론을 펴다가 국민의당에 합류한 게 악수”라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재기 자체가 쉽지 않다. 2014년 7·30 재보선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정치적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까지 포함하면 5년간 사실상 전패나 다름없다.
그러나 길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민의당은 공중분해 직전이다. 국민의당 당권 도전자인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김한길 전 의원, 문병호 전 최고위원의 출마도 유동적이다. ‘손학규 역할론’의 불씨가 적게나마 살아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손 전 위원장 앞에는 ▲국민의당 차기 당권 도전 후 야권 정계개편 ▲2018년 지방선거 또는 재보선 등판 ▲외곽 지대에서 개헌 작업 ▲정치적 은퇴 등 네 갈래가 있다.
야권 일각에선 손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설이 끊이지 않는다. ‘손학규 등판론’을 통해 당을 재건한 뒤 정계개편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에 손 전 위원장 측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과 정치권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동시 실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손 전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힘을 싣는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손 전 위원장의 공간을 넓힐 수 있어서다. 다만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 전 위원장의 지방선거 도전은 소위 ‘급’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손 전 위원장이 재보선으로 턴한 뒤 원내 진입 후 재기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손 전 위원장이 여의도 정치와 선을 긋고 외곽에서 제7공화국 완성을 위한 개헌 작업에 매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 직후 31년 만에 헌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손 전 위원장도 정계 복귀의 명분도 얻게 된다.
본인이 정치적 은퇴를 언급하거나 ‘역할론 소멸’로 자연스럽게 잊힌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민주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적 재개 전) 우리와 상의하면 좋을 텐데…”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