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가 6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홍 후보와 당권 경쟁을 하고 있는 원유철 후보는 “당원들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균열을 막자’ ‘보수가 대통합해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호소할 때 홍 후보는 바른정당을 가려고 했던 것 아니냐”면서 홍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최근 출간한 자서전을 통해 불거졌다. 정 의원은 6월 26일 출간한 자서전 <다시 쓰는 개혁 보수 : 나는 반성한다>에서 “홍 후보가 신당 창당 당시 측근을 통해 (바른정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 홍 후보는 당시 2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었는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지목한 홍 후보의 측근은 윤한홍 한국당 의원이다. 논란이 커지자 윤 의원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원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 측은 “정 의원의 ‘홍 후보 바른정당 합류 타진’ 주장은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에 불과하고, 한국당 당 대표 경선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홍 후보는 ‘당 쇄신을 위해 당내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며 저의 탈당조차 극구 만류했었다. 그런 홍 후보가 바른정당 합류를 약속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홍 후보 측이 합류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는 핵심 친박을 빼고는 모두 탈당을 고민했던 시기였다. 심지어 친박연대 출신인 김을동 전 의원도 바른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 의원은 홍 후보 최측근이다. 윤 의원은 탈당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자연스럽게 홍 후보 동반 탈당설이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홍 후보가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어서 오히려 우리 쪽에서는 홍 후보의 합류를 반가워하지 않는 기류도 있었다. 홍 후보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그때 합류시키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왔었다”면서 “(홍 후보와 윤 의원의 동반 탈당설은) 기자 분들도 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 아니냐”고 말했다.
경남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윤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거의 유일한 ‘홍준표계’ 인사다. 윤 의원 측은 “홍 후보에게 탈당 고민을 털어놨더니 야단을 많이 치셨다. 국회의원 된 지 얼마나 됐다고 탈당하느냐, 정치는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면서 “정병국 의원도 홍 후보에게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는 못하지 않나. 당시 상황에서 그런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홍 후보의 바른정당 입당을 타진한 적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바른정당 합류설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것이 전부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홍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바른정당 창당 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바른정당으로 와라. 와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승민 의원과 (대선 후보) 경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내가 ‘재판 중이니 말할 처지가 못 된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는 “오히려 측근이 탈당한다고 할 때도 내가 못하게 했고 대구시장, 울산시장에게도 전화해 탈당을 만류했다”며 “반 전 총장이 그 당에 안 가는 순간 그 당은 안 된다고 누차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홍 후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주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홍 후보와 통화가 있었다. 저는 홍 후보로부터 본인이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 의원이 어떤 채널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적어도 저와의 관계에서는 홍 후보가 바른정당 입당을 고려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홍 후보가 당시 합류를 타진했던 것은 확실하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정 의원 측은 “(홍 후보 합류 타진의 증거가 될) 녹취록이나 문자 등은 없다”면서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지난해 9월 29일부터 비상시국회의를 거의 매일 개최해왔는데 윤 의원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창당 준비를 하면서 합류할 분들을 우리가 크로스 체킹하면서 확인했다. 윤 의원이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탈당하려다 안한 것처럼 정황적으로 확실한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