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여느 20대 스타와 달리 ‘안티 없는 배우’로 승승장구해왔다. 2007년 데뷔해 연기자로 활동한지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그는 데뷔 초 조연으로 참여한 작품은 물론 주연으로 도약한 이후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까지 전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실력자이다. 특히 2014년 주연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톱스타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런 김수현은 자신을 향한 숱한 러브콜을 줄곧 거절하면서 오직 <리얼>에 집중했다. 2015년 6월 막을 내린 KBS 2TV <프로듀사> 출연을 끝내고 곧바로 <리얼> 작업에 돌입한 그는 지난해 6월 촬영을 마무리하고도 개봉하기까지 1년간의 연기 공백을 더 보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직 <리얼>에 주력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그는 “‘리얼’은 나의 20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 코브픽처스
신기하게도 <리얼>은 보고나면 궁금한 것이 더 많아지는 독특한 영화다. 2시간 17분간의 상영시간 내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영화가 개봉한 뒤 관람객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 인물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누가 누구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간단히 요약하면 <리얼>은 카지노 조직을 이끄는 장태영이 주인공. 그 앞에 이름과 얼굴이 똑같은 의문의 남자가 나타내면서 서로의 진짜 정체를 좇는 이야기다. 김수현은 두 명의 장태영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자아분열, 다중인격 등 소재는 영화를 이끄는 주요 키워드.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장황하게 퍼진 데다, 불친절한 편집으로 인해 희한한 스토리가 탄생하고 말았다.
대체 김수현은 왜 <리얼>에 빠져 촬영부터 개봉까지 2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을까. 그 의문의 답은 영화의 연출자인 이사랑 감독에 있다. 1980년생으로 알려진 이사랑 감독은 김수현보다 여덟 살 많은 이종사촌 형. 최근 몇 년 동안 김수현을 도와 중국 활동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사랑 감독은 <리얼>의 시나리오를 발굴해 김수현에 전달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수현이 출연을 결심하면서 영화사 코브픽처스를 설립해 <리얼>의 제작까지 직접 맡았다.
김수현은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그는 “그런 과정 속에 정답을 알아냈을 때의 기분은 정말 통쾌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김수현의 <리얼> 출연에 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이사랑 감독이다. 김수현은 감독을 향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내가 가장 믿고 있는, 눈과 귀가 있는 사람”이라며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물론 처음부터 이사랑 감독이 <리얼>을 연출한 것은 아니다. 당초 <리얼>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인물은 이정섭 감독이다. 하지만 촬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이정섭 감독과 이사랑 감독은 영화의 방향성에 이견을 보였고,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정섭 감독이 하차하면서 제작자였던 이사랑 감독은 연출 타이틀을 가졌다.
<리얼>의 메인투자사는 중국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산하 영화사인 알리바바픽쳐스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리얼>에는 중국 색채가 강한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화려한 카지노 장면은 마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광고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기까지 한다. 미숙한 연출은 물론 모호한 메시지, 관객에 그대로 전해지는 중국의 ‘입김’까지, 난맥상이다.
악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영화를 설계한 이사랑 감독은 전면에 나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중간에 투입된 연출자인 탓에 말을 아끼고 있다. 때문에 <리얼>을 둘러싼 여러 의문은 전부 김수현에 집중되는 상황.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법한데도 김수현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 나의 취향에 맞는다”고 했다. “감당할 만하다”는 그는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리얼’을 완성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진제공- 코브픽처스
# 김수현이 밝힌 설리와의 베드신 그리고 군대
김수현은 <리얼>에서 데뷔하고 처음 노출을 겸한 베드신을 소화했다. 상대는 이슈메이커 설리. 극 중 연인관계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전라 상태로 욕조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물론 베드신도 연기했다. 김수현도, 설리도 과감한 노출을 겸했다.
“노출은 부담스러웠다”는 김수현은 설리와의 베드신보다 오히려 배우 이성민 앞에서 옷을 전부 벗는 영화의 첫 장면을 가장 어려운 연기로 꼽았다. “대선배 앞에서 옷을 다 벗는 일은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베드신보다 어려운 그 장면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했다”고 밝혔다.
“20대의 대표작이길 바란다”는 김수현의 욕심이 <리얼>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앞서 주연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690만 명)만큼의 성공이나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수준의 폭넓은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대로라면 김수현은 아쉬움 속에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 이런 시선에 김수현은 의연했다. 내년 초 군복무를 계획한 그는 “30대가 되고 군대에 다녀온 뒤 나만의 30대 시리즈를 시작하겠다”며 “어떤 그림으로 그릴지 상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