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대선 승리 이후 진용을 갖춰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경제학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를 봐도 고위직 중 거시경제를 전공으로 했거나 거시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뤄본 인물들이 없다”며 “각 부처가 내놓는 정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다보고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간담회에 참석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과거 정부에서 경제 분야 실세로 불리며 거시경제 정책을 만들었던 경제수석 자리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힘이 빠졌다. 경제수석은 차관급이지만 과거 청와대 수석들 중에서 가장 선임으로 평가됐고,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한국은행 총재 등으로 가는 요직이었다.
실제로 강봉균 전 부총리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승‧김중수 전 한은총재 등이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다. 경제수석은 거시경제를 다루며 각 부처 간 조율을 이끌어 내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도 해왔다. 거시경제 분야를 다루다 보니 이 자리는 대부분 경제학과 출신 관료나 교수들이 도맡아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실장 자리가 되살아나면서 경제수석은 격이 낮아졌다. 그나마 현재 경제수석 자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50일이 지나도록 공석인 상태다. 그만큼 거시경제가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수석 자리는 힘도 빠지고 공석인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인물들은 정책실장을 맡은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다.
경제학계에서 우려하는 지점은 장하성 실장이나 김현철 보좌관처럼 경영학 전공자들은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은 강하지만 이 사업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이 숲을 본다면 경영학은 나무를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하성 실장의 경우 재벌개혁이 주된 관심사이고, 김현철 보좌관은 일본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전공이다. 두 사람 모두 거시경제는 다뤄본 적이 없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장·차관들도 거시경제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이 ‘전공’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으로 근무를 시작할 때 예산실에 있었고, 이후 기획예산처에서 주로 근무했다. 기획예산처와 재무부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에서도 예산실장과 예산담당인 2차관을 지냈다.
기획재정부에서 거시경제를 다루는 고형권 1차관도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예산이 전문이다. 기획재정부 예산 분야를 책임진 김용진 2차관도 역시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고용 및 복지 확대를 내세운 탓에 기획재정부 장관과 1, 2차관 세 자리를 모두 재원 마련에 능숙한 예산 전문가들로 채운 셈이다.
문제는 거시경제 전문가 부재가 전반적인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유세 인상 논란도 300만 대에 달하는 영세 화물차에 타격을 줘 결국 서민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 벌어진 일이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거시경제 운용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균형을 잃은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현재 공석인 경제수석 자리에는 장하성 실장이나 김현철 보좌관과 달리 거시경제 운용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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