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소식은 이제 새롭지 않다. 올해만 해도 4번째다. 배우 구재이는 얼마 전 면허 정지 수준인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됐다. 결국 그는 진행 중이던 케이블채널 패션앤 <팔로우미8>에서 하차했다. 개그맨 안시우는 지난 4월 7일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정차 중이던 버스를 들이 받았다. 지난 2월 군복무를 마친 가수 겸 배우 김현중 역시 잇단 구설에 이어 음주운전 전력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음주운전은 사고 유무를 떠나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위다. 댓글을 살펴보면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잠재적 범죄자’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진다. 게다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적 특성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금 술에 취한 채 운전석에 앉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가수 길. 방송 화면 캡처.
#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다?
음주 운전으로 곤욕을 치른 전력이 있는 연예인에게 물은 적이 있다. “운전해주는 매니저도 있는 사람이 왜 음주운전을 한 거예요?” 그의 답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내 개인적인 술자리 때문에 밤늦게까지 매니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술을 마셨다고 밤늦게 자고 있는 매니저를 불러낼 수도 없고요.”
그래서 다시금 물었다. “대리비용 2만 원 안팎인데 그게 아까운 겁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연예인은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잖아요”였다.
대리기사를 부르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노출해야 한다. 또한 주차장에서도 차를 몰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거지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정보를 노출하고, 타고 다니는 차종과 차량번호 등도 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연예인은 대리운전을 맡긴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온 것을 접했다. 아무 문제없이 운행과 비용지불까지 마쳤기 때문에 어떤 우려도 하지 않았지만, 해당 연예인과 나눈 대화와 주거지, 차량 등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 것에 대한 큰 불쾌함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SNS가 발달해 이런 내용들이 삽시간에 전파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반인의 경우, 자신이 탔던 택시의 기사가 손님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라며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사적인 얘기를 공개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 대리운전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리운전을 맡기려 해도, 연예인이기 때문에 맡기기 어려울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이성과 함께 있을 때’다.
이성과 자연스러운 술자리를 가진 뒤 이동할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SNS가 보편화된 상황 속에서 밤늦게 유명 연예인이 특정 여성, 혹은 남성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은 상황 자체로도 스캔들도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연예인일 때나, 한 사람만 연예인일 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두 사람이 같은 목적지로 향한다면 더더욱 대리운전사에게 운전대를 맡기기 어렵다. 호텔 혹은 자신의 거주지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의 깊은 관계를 알리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한 여성 톱스타가 옆자리에 한 남성을 태운 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당시는 일반인이었던 이 남성 역시 훗날 연예인으로 데뷔해 무성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 취한 사람은 답이 없다?
음주운전자 중에는 재범이 적지 않다. 길 이전에도 배우 윤제문, 가수 강인 등도 수차례 적발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재범의 경우 초범보다 중한 처벌을 받는다.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왜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일까?
이에 많은 이들은 “술 마시면 통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는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취하는 순간 이성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때는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
주사가 심한 연예인 몇몇을 맡았던 중견 매니저는 “강하게 말리다 보면 오히려 싸움이 난다. 그래서 처음부터 과음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며 “별일 없기만을 바라고 보내며 노심초사한 적이 적지 않다”고 고백했다.
대중은 이렇게 말한다. “걸린 게 2번이지, 그 전에는 수십 번도 넘게 음주운전을 했을 것”이라고. 결국 1번의 음주운전은 각 연예인의 과거까지 모두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음주운전을 끊을 수 없다면, 음주 자체를 끊는 것이 답이다.
김소리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