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 9년 만에 진보 정권이 탄생하면서 안보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 두고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지난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 정책에 직격탄을 날려 화제가 됐던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바른정당)을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6월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 처신이 가볍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 행보가 굉장히 불안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너무 혼란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미 간에 합의된 내용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는 없다고 하면서도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된다면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를 실망시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면 나중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환경영향평가가 시간 끌기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 사드 배치에 3년이 걸릴지 4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분명히 시간 끌기 의도가 있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를 핵 완성의 해라고 선포했다. 우리도 빨리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는 결정이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사드 때문에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했다.
“전문가다운 의견은 아니라고 본다. 주한미군을 보호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사드 체계가 꼭 필요하다. 또 사드 문제를 이렇게 크게 벌려 놓고 이거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질 일이냐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방부 사드 배치 보고누락 논란이 있었다. 군 내 반발이 심했다고 하던데.
“국방위원장이다보니 실무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런(보고 누락 논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군 조직 내에서는 불만이 많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가는 당장 ‘항명이다’ 그렇게 나오니까 대놓고 반발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해법은 없을까.
“주위의 모든 나라를 만족시키는 외교는 솔직히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한다. 사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중국에 진정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일관성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더욱 반발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를 안 할 것처럼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문정인 특보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문 특보 주장이 현실적인 타협책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도 않고 대화부터 하고 한미 연합 훈련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제일 박수 칠 일이다. 현실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동결이 최선’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우리가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 협력에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완벽하게 지킬 수 있을 때 가져와야 한다. 지금은 아직 이르다. 자존심만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강력한 도발을 못한 것은 한미 동맹 안보 축 때문이었다. 유럽 잘 사는 나라들이 돈이 없고 힘이 없어서 나토를 만들고 미국을 사령관으로 앉히겠나. 그것이 안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존심보다 실리를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미군 대상 위문공연이 취소되고,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는 시위가 허용되는 등 급격하게 반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굉장히 우려되는 일이다. 청와대에 국회 상임위원장 오찬 초청을 받았을 때도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서 이런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제가 ‘이것은 굉장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청와대가 나서주셔야 한다’고 말했더니 대통령께서도 공감하시면서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이야기를 하셨다.”
—반대로 보수 진영은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등 너무 굴욕적인 종미 행보를 해왔다는 비판도 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왜 성조기를 흔들었는지 아마 미국도 이해 못할 것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의 일탈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보수는 그런 종미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군 사병 월급도 대폭 인상하기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정권 9년 동안은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사병 월급 올려주는 것에 반대는 안하겠지만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 예를 들어 참전 용사들 중에 현재 독거노인도 많다. 그 분들 생활고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그런 것들을 챙겼어야 하는데 못했다. 그런 점은 우리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송 후보자가 장관이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주류세력의 반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류 세력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정권의 인사 청문회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건 본질이 아니다. 송 후보자는 방산업체와 법무법인에서 고액의 자문료를 받았고 음주운전을 했던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자질 문제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다. 제 개인적으로 보기에도 송 후보자는 국방장관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사다.”
—군 당국은 송영무 인사청문회 관련 군 내부문건 유출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윤회 문건 사건도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 흘러나왔느냐만 따졌다. 결국 정권이 무너졌다. 이 사람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합한 사람인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제보 유출 경로를 밝히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저는 정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데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닮아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기밀 문건이 유출됐다면 당연히 그 과정을 조사해야겠지만 현재 공개된 자료들은 군사 기밀도 아니고 개인 신상에 관한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이적죄에 준하도록 처벌 형량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100% 찬성한다. 방산비리는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고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적죄 처벌 취지에 동감한다. 야당 의원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국회 입법 추진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최근 인권위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당장은 도입하기 어려운 문제다.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현역 입대자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현재 인구가 줄어들면서 병력 자원이 점차 부족해지고 있는 상태인데 당장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국방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해법을 논의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보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안보가 흔들려 나라를 잃으면 경제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국방, 안보, 외교에 있어서만큼은 대통령께서 초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저는 대통령이 자꾸 북한에 끌려 다니는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다들 대통령만 되면 평양 가서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을 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나. 그 결과로 무엇을 얻었나 생각해봐야 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