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시니어는 나이를 먹어가고, 젊은 피가 쉼 없이 수혈되는 숙녀팀은 전력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용케도 지금까지는 시니어가 잘 버텨 통산 3승 4패(시니어 기준), 호각을 이루고 있다.
올해도 시니어는 계속 수세에 몰리다가 숙녀 3명이 남은 상태에서 급기야 최후의 보루 조민수 아마7단이 등장했다. 조민수는 일단 연승에 도전하는 박지영을 꺾고 한숨을 돌렸지만, 숙녀팀의 맏언니 도은교에 막혀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지지옥션배 최종국. 숙녀팀의 맏언니 도은교가 신사팀 주장 조민수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국 시작 30분 전. 응원단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국장으로 들어서는 조민수 선수를 만났다.
“어떻게, 오늘도 이길 거 같습니까?”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나가 아직 그래도 은교한테는 이기지 않겄는가.”
“그래도…. 요즘 막판 뻑이 많던데?”
“어허, 이 사람이…. 우리가 불리하긴 하지. 저긴 아직 수영이도 남아 있으니까(김수영은 현 여자 아마랭킹 1위다). 그래도 아직 누구한테 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으니께. 열심히 두어봐야지.”
바둑은 초반 흐름은 조민수가 좋았으나 중반에 도은교가 역전에 성공했고, 다시 상변에서 큰 이익을 본 조민수가 뒤집어 이제 골인을 남겨둔 상황.
사실 ‘아마바둑의 호랑이’라 불릴 정도로 조민수의 승부호흡은 탁월하다. 바로 일주일 전에도 극적인 버저비터로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었다.
1도
1도는 6월 27일 열렸던 숙녀팀 3장 박지영 선수와의 대국. 바둑은 다 두었다. 백1을 끝으로 공배만 남은 상황. 검토실에서는 백1의 단수에 흑이 잇는 것은 자충이 되므로 2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데(흑2로 3이면 백2), 이것은 남은 반패를 흑이 이긴다 해도 백이 반집을 남긴다. 그러므로 조민수 선수가 졌다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는데….
2도
2도 흑2로 잇자 바둑TV 해설의 한철균 8단이 혀를 끌끌 차며 조민수 선수가 던질 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상대 박지영 선수도 흠칫 놀란 눈치. 하지만 같은 생각이었는지 잠시 후 백3을 올려놓으며 항복을 강요한다.
그런데 다음 순간 떨어진 흑4의 마늘모가 그야말로 프로도 보지 못한 1선의 묘수. 이것으로 흑 모양엔 아무런 수가 나지 않는다. 백은 5외에는 다른 수가 없는데(백5로 7로 차단하면 흑5) 흑6으로 가만히 밀고 나가면 이 흑과 오른쪽 ▲의 연결을 막을 방법이 없다. 흑은 가일수를 생략하고 반패도 잇게 되었으니 흑의 반집승이 확정됐다.
3도
하지만 도은교와의 대국에서 조민수는 날카롭지 못했다. 3도 흑1은 반상 최대의 곳. 이것으로 흑이 남는다며 검토실은 술렁댄다. 그러나 백2로 찔렀을 때 흑3으로 늘어받은 것이 착각으로 패착. 백6으로 차단하니 이 전체 흑이 두 눈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이후 흑A는 백B, 흑C, 백D로 흑 석 점이 잡혀 안 된다.
4도
당황한 흑은 4도 흑1·3으로 탄력을 구하지만 백4의 단수에 받지를 못하고 7로 삶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돌고 돌아 백14로 흑 석 점이 잡혀서는 만사휴의. 여기서 백의 승리가 결정됐다.
“우리 은교 언니가 끝내버렸어요.” 왼쪽부터 숙녀팀의 류승희, 도은교, 김수영, 박지영.
숙녀팀을 승리로 이끈 도은교는 85년 생으로 유명한 ‘송아지 삼총사(박영훈, 최철한, 원성진)’와 동갑이다. 초등학교 때는 그들과 어울려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대회를 비롯해 굵직한 대회를 여러 차례 우승했고 프로 입단도 유력시됐지만 학업으로 전향,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과의 인연은 떨칠 수 없었는지 다시 바둑으로 돌아와. 현재는 방송 진행을 하면서 바둑도장에 나가 프로 입단도 준비 중이다. 아무튼 미모에 재원이기까지 한 그녀가 다시 바둑으로 돌아온 건 바둑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지지옥션배의 제한시간은 각자 15분에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1000만 원.
유경춘 객원기자
제11기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 최종 성적 [신사팀] 양창연·양덕주(1승)·최욱관·최호철(1승)·이학용(1승)·장시영(1승)·조민수(1승) [숙녀팀] 조은진(1승)·류승희(2승)·송예슬(1승)·김이슬(1승)·박지영(1승)·도은교(1승)·김수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