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가 무료 시범 운행기간을 마치고 유료화 됐다. 사진=박혜리 기자
이번 유료화 전환으로 한전은 전기차 충전소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환경부와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더욱이 지난 4월 환경부가 올해 안에 충전기 530대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과 환경부 충전기의 충전요금은 kWh당 173.8원으로 같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전기차 충전을 유료화하며 kWh당 313.1원의 가격을 책정했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에 부딪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한전 역시 이를 고려해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이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구축한 ‘공동주택형 충전소’는 전력 피크 분산을 위해 충전 시간대에 따라 kWh당 최소 83.6원에서 최대 174.3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 두 기관 모두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충전소 위치와 상태 등의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실시간 제공한다. 한전과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의 차별화는 충전소 관리 상태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기차 운전자들은 전기차 충전기의 오류·고장이 너무 잦고 수리하는 데 길게는 몇 개월이 소요될 만큼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고 토로해왔다. 업체들이 충전기 관리와 충전소 운영에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1대당 평균 4.6건의 오류·고장이 났다.
비록 수치화되지는 않았지만 한전의 충전기 역시 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급속 충전기는 5개 중소업체가, 완속 충전기는 10여 개 업체가 각각 수리·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장이 잦은 급속 충전기의 경우 한 업체가 관리해야 하는 충전기 수가 많다보니 철저하지 못하기 쉽다.
충전까지 4시간 이상 걸리는 완속 충전기와 달리 충전 시간이 20~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급속 충전기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니 고장이 잦은 편이다. 더욱이 점점 더 급속 충전기 위주로 보급되는 만큼 고장·오류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전기차 운전자 A 씨는 “국내에는 급속 충전기가 아직 50kW급밖에 없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에 설치된 경우 고장이 잦거나 충전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며 “신속한 관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이용자가 많은 장소는 외국처럼 100kW급 충전기를 도입하거나 한 장소에 2대 이상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한국전력공사 내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앞에 일반차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한전 사업소의 경우 전기차 충전자리에 한전의 업무용 차량이 주차해 있을 때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한전 사업소에서는 완속 충전기는 업무용 차량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급속 충전기만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그런데 급속 충전자리마저 업무용 차량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기차 운전자 B 씨는 “대부분 충전 후 자리를 옮기기 귀찮아서 그대로 두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무료니 그러려니 했지만, 유료화 이후에는 이런 모습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끊임없이 교육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기차 주차공간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어 한계가 있다”며 “일부 사업소는 안내 표지판을 놓기도 하지만 지금은 한전뿐 아니라 모든 전기차 충전소 보급자가 체계적인 대응책이 없는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