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 전 회장 일가의 개인 비리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압수수색한 계열사 굿타임은 정 전 회장의 최측근인 차재웅 MP그룹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사실상의 오너 회사다. 미스터피자에 납품되는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 ‘통행세’를 거둬온 의혹을 받는 굿타임은 MP그룹 지분 0.24%를 가진 관계사기도 하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3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특히 굿타임은 MP그룹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일부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양도받아 수십억 원의 매도 차익을 남긴 의혹을 받고 있다. BW는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와 채권이 결합된 형태로 계약 조건에 따라 제3자에게 분리 양도가 가능하다. 즉 채권과 별개로 워런트만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다.
MP그룹은 BW의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2010년 7월 신규사업 투자 등을 목적으로 200억 원 규모의 BW(1106만 8068주)를 유명 개인 투자자인 A 씨에게 발행하고, 같은 달 굿타임을 통해 A 씨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워런트(553만 4034주)를 3억 원에 장외매수했다. 이후 워런트 행사 과정에서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는 이득을 얻었지만 소액 주주들은 신주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일부 손실을 입었다.
당시 증권업계에선 MP그룹이 분리된 워런트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W 발행 과정에서 워런트 1주당 이론가치(평가금액)는 342.84원으로 산출됐는데 실제 거래 과정에서 굿타임은 1주당 54원에 워런트를 매입했다. 또 워런트가 주식으로 전환될 시 납입해야 할 돈은 1주당 1807원이었는데 이는 BW 발행 당일 종가인 2325원보다 28%가량 낮았다. 다시 말해 MP그룹은 자사가 발행한 ‘알짜 워런트’를 제3자를 통해 오너 회사로 넘긴 것이다.
MP그룹은 2012년 7월 A 씨와 맺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계약에 따라 216억여 원을 주고 200억 원의 사채(채권)를 전량 소각했다. 남은 것은 A 씨와 굿타임이 각각 절반씩 보유한 워런트뿐이었다. MP그룹은 사채 소각 전 워런트 전체 주식 수를 늘리고, 1주당 1265원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행사가액을 낮췄다. MP그룹 주가만 오르면 A 씨와 굿타임은 워런트를 신주로 전환하고 거액의 매도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방배동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주협의회 비상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열리는 가운데 점주들이 미스터피자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MP그룹 주가는 2014년 5월을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0% 이상 감소하고, 매출까지 소폭 감소했음에도 주가는 연일 치솟았다. 2014년 3~4월 2000원대였던 주가는 5월 초 2500원을 돌파하더니 6월 들어선 3765원까지 솟구쳤다.
첫 번째 워런트 물량은 주가가 고점을 찍은 2014년 6월 시장에 쏟아졌다. A 씨는 같은 해 6월 5일 워런트를 행사해 총 237만 1540주(이 중 일부 주식은 A 씨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은 B 투자사가 행사)를 신주 전환했고, 6월 19일~7월 4일 2847~3022원에 해당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또 A 씨는 남은 워런트 553만 3596주에 대해서도 신주 전환해 7월 21일~8월 7일 2515~3914원에 MP그룹 주식을 대부분 매도했다. 이 같은 거래로 A 씨가 거둔 매도 차익은 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 공급에 따라 주춤하던 MP그룹 주가는 2014년 9월을 기점으로 반등해 10월 들어선 5000원대까지 급등했다. 굿타임은 보유하던 워런트를 2014년 10월 행사, 같은 해 11월 158만 1027주와 474만 3082주가 순차적으로 시장에 쏟아졌다. 2015년 6월에는 마지막 워런트 158만 1027주가 신주로 전환됐다.
그런데 굿타임은 해당 워런트를 직접 행사하지 않고, 기관과 지인에게 전량 양도(또는 증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워런트 양도는 사적 거래에 속하기 때문에 공시가 되지 않으면 매수자가 얼마를 지불하고 워런트 증서를 매입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다만 오너 회사인 굿타임이 직접 워런트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도하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 주식 대량 보유에 따른 공시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MP그룹은 굿타임을 우회해 신주를 대량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굿타임의 워런트를 대리 행사한 기관과 지인은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 전 회장 지인 2명이 워런트 행사로 각각 35억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이 중 한 명은 같은 해 주식을 전량 매도해 4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녹취 내용이 있다”며 “이 차익은 워런트 행사 당시 증권사로부터 차입한 납입금 30억 원을 갚는 데 사용됐고, 남은 돈은 MP그룹 주식 재매입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독립된 법인인 굿타임이 회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정 전 회장 지인들에게 알짜 워런트를 넘기고, 이득을 올리도록 한 셈이다.
사정기관 다른 관계자는 “정 전 회장과 투자자, 기관 등이 공모해 워런트 행사에 따른 이득을 나눠 가진 의혹이 있다”며 “워런트 행사가 끝난 직후 또 다시 CB(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굿타임의 우회 워런트 행사 과정에 관여한 B 투자사는 7월 5일 기준 답변을 주지 않았으며, MP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아무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