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부부라면 누구나 권태기란 것을 맞게 된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어느 한쪽이 한눈을 팔아 이혼의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호황기를 맞은 중국에서 근래 들어 이런 불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최근 미 주간지 <뉴요커>가 보도했다. <뉴요커>는 특히 성차별이 심한 중국의 사회 분위기도 불륜을 양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따른 신종 직업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하여 ‘내연녀 퇴치 전문가’다. 사설 탐정과 비슷한 성격인 이 전문가들은 부부 상담을 기본으로 하며, 이밖에도 고객이 원할 경우에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내연녀를 남편에게서 떼어놓는 역할도 대신해준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불륜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내연내 퇴치 전문가나 사설 탐정 등 불륜 해결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위뤄졘은 점잖은 외모의 40대 초반 남성이다. 그의 직업은 ‘내연녀 퇴치 전문가’. 지난해 3월, 그는 상하이에서 112km가량 떨어진 우시에 있는 섹스숍을 방문했다. 그의 목표는 가게 주인인 40대 여성에게 접근해 친해지는 것이었다. 이 가게의 여주인은 위의 고객인 한 50대 여성이 의뢰한 남편의 내연녀였다. 어느 날 위를 찾아와 공장 관리인인 남편이 섹스숍 여주인과 바람을 피운다고 말한 50대 고객은 몇 년을 참았지만 지금까지 남편이 내연녀에게 20만 위안(약 3340만 원)을 퍼부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폭발했다고 호소했다. 이 돈은 부부의 노후 자금이자 아들의 주택 마련 자금이었다.
이에 손님으로 가장해 가게를 찾았던 위는 타고난 입담으로 주인 여성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위는 가게를 자주 드나들면서 여주인과 가까워졌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친밀감을 높여갔다. 그리고는 어느 날 여주인에게 주말을 이용해 상하이로 놀러오는 것이 어떻겠냐며 초대했다. 처음에는 주저했던 여성은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고객의 돈을 이용해 호텔방을 잡아준 위는 식사도 대접하고, 상하이 관광도 시켜주는 등 여주인을 정성껏 대해주었다. 그리고 강변 산책로를 걸으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의 계획은 둘이 함께 다정하게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마침내 기회가 왔고, 둘은 어깨동무를 한 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후에 위는 이 사진을 불륜남, 즉 고객의 남편에게 전송했다. 위는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하다. 질투심 강한 남자들에게는 수천 배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남편은 의심 끝에 불륜녀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렇게 아내에게 되돌아갔다. 위가 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는 약 4개월이 걸렸다.
웨이칭그룹의 공동창업자 수신은 “우리는 매년 5000쌍의 부부를 구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는 ‘웨이칭그룹’에서 일하는 300명의 ‘내연녀 퇴치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자칭 ‘중국 최초의 다국적 사랑 전문 병원’인 ‘웨이칭그룹’은 16년 전인 2001년 상하이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중국 전역에 59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웨이칭그룹’을 공동 설립한 수신은 “우리의 목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고객의 이혼을 막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매년 우리가 구제해주는 부부는 5000쌍 정도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무료 법률 상담, 강연, 부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때로는 직접 나서서 내연녀를 제거해주는 임무도 맡고 있다. 바로 ‘내연녀 퇴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다. ‘내연녀 퇴치 전문가’란 직업은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근래 들어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업이 됐다.
현재 ‘웨이칭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들은 심리학, 사회학, 법학을 전공한 여성들로, 현장에 투입되기 전 3년 동안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이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일을 처리한다. 가령 이웃집 주민, 가정부, 유모 등으로 위장 취업해 내연녀에게 접근한다. 때로는 내연녀의 절친이 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친한 사이가 되면 내연녀에게 불륜 관계를 끝내도록 친구로서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식으로 달랜다.
스스로를 ‘밍 선생’이라고 소개한 ‘웨이칭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40대 중반의 밍리는 “보통 나는 내연녀들보다 나이가 많다. 때문에 거의 모두 내 말에 귀를 잘 기울인다”라고 말했다. 내연녀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밍은 내연녀가 공원이나 슈퍼마켓에 갈 때 혹은 출근길에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치기도 하며, 내연녀가 가정주부인 경우에는 집에 물이 샌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친해진다. 밍은 “한번은 점쟁이로 가장해서 접근한 적도 있었다. 이미 내연녀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쉽게 내연녀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은 가장 빨리 해결된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웨이칭그룹의 공동창업자 밍리(왼쪽).
이밖에도 직접 돈을 주고 내연녀를 쫓아버리거나, 혹은 내연녀에게 불륜 상대와 관련된 불리한 정보를 슬쩍 흘린 다음 알아서 마음을 접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빚이 많다거나,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등의 정보가 그렇다. 또는 친구나 가족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보내 망신을 주는 방법도 종종 이용되며, 만일 인맥이 좋을 경우에는 내연녀의 직장에 압력을 넣어 아예 다른 도시로 이직을 시켜버리기도 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내연녀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 극히 드물다.
‘웨이칭그룹’의 핫라인은 24시간 열려있다. 누구나 언제든 상담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고민 상담은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고 있다. 기본 상담료는 10만 위안(약 17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만일 쫓아버려야 하는 내연녀가 있을 경우 가격은 세 배로 뛰며, 내연녀가 자식까지 낳은 경우에는 다섯 배로 껑충 뛴다.
사정이 이러니 ‘웨이칭그룹’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고위관료 혹은 부유한 사업가의 아내들이다. 이들은 중국어로 ‘불륜녀’를 낮춰 부르는 ‘샤오산’으로부터 결혼 생활을 지키고 싶어 ‘내연녀 퇴치 전문가’를 찾고 있으며, 이들이 의뢰하는 ‘샤오산’은 가볍게 만나는 불륜 상대부터 진지하게 장기간 만나는 불륜 상대까지 다양하다.
수신은 “우리 회사에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있지만 고객들 가운데 80%는 내연녀 퇴치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는 “오늘날 내연녀들은 수지가 맞는 거래를 원한다. 대부분이 90년대 후반 세대들인데 이런 젊은 여성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영리하며, 또 세속적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돈 때문에 기꺼이 내연녀가 된다는 것이다. 수는 마찬가지로 이혼 위기에 처한 아내들에게 돈을 중시하는 대응법을 제시한다. 수는 “재산을 지키려면 결혼생활을 지켜야 한다. 또한 행복을 지키려면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내연녀 때려서라도…” 중국 사설 탐정도 증가 불륜이 증가하는 중국에서는 사설 탐정의 비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사건을 의뢰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륜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여성들이며, 부유한 사업가나 공무원의 아내들이다. 사설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리 탐정과 다이 탐정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잃을 것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그림자 조직’이라고 부른다. 이유인즉슨, 사설 탐정이란 직업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사설 탐정이 획득한 불륜 증거가 법정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지는 않기 때문에 현장을 덮칠 때에는 반드시 경찰이 동원돼야 한다. 가령 리 탐정은 의뢰인이 호텔방에서 불륜 현장을 덮치도록 한 다음 반드시 경찰을 불러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불륜 사실이 공식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리 탐정은 부부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다. 그는 “상담은 그저 공허한 말일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매일 교수, 의사, 예술가, 작가들의 아내들로부터 불륜 증거들을 수집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그저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해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이 탐정은 “중국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게 됐다. 때문에 우리와 같은 요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사설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위펀은 이 분야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내연녀 킬러’라고 불리는 장위펀은 내연녀를 추적해서 벌을 주는 한편, 남편에게서 쫓겨난 여성을 보호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특히 그녀는 의뢰인들에게 내연녀와 당당하게 맞서는 방법, 그리고 필요한 경우 폭력을 행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녀는 폭력이야말로 일종의 치료법이라고 말하면서 “그냥 참을 경우에는 식도암, 자궁암, 폐암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국 여성들은 왜 치욕을 겪으면서도 이혼을 택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까. 왜 내연녀 퇴치 전문가들이나 사설 탐정에게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남편을 떠나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뉴요커>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성차별이 심한 보수적인 중국 사회의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이혼을 할 경우 특히 불리한 것은 여성들 쪽이다.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이혼녀들이 재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낮으며, 부부 사이에서 경제적인 불균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도 여성들이다. 가령 섹스숍 여주인과 바람을 피운 남편 때문에 속상해했던 의뢰인이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내연녀 퇴치 전문가 위뤄졘은 이혼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는 “중국에서 이혼녀는 중고차와 같다. 한 번 탄 차는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혼남은 부동산 시장에 나온 리노베이션된 주택과 같다. 이에 대해 위는 “오로지 이혼남들만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이혼률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베이징의 경우에는 2015년, 7만 3000쌍이 이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년 전보다 세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중국의 이혼률이 높아진 까닭은 급격한 사회 변화, 법률 개정, 전통적 사고방식의 불안한 혼재 때문이라고 <뉴요커>는 전했다. 중국인들의 이혼 사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불륜이다. 이혼하는 부부의 3분의 1이 불륜 때문에 갈라서고 있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열세 배가량 더 많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큰 로펌 가운데 하나인 ‘왓슨 앤 밴드’의 이혼 상담 변호사인 그레이스 구이는 “지난해 처리한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륜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법조인으로서 우리 변호사들은 부동산법, 회사 연력, 회사 주식, 주식 시장 등의 정보에 정통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절반은 심리학자까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